한국일보

교육위원회 학생대표

2015-01-0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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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최근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회 학생대표에게 선출직 교육위원들과 동등한 권한의 투표권을 주자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카운티 출신 13명의 주 하원의원이 이 법안을 올해 초 주 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가 아닌만큼 내가 상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만약에 비슷한 법안이 버지니아 주에도 상정된다면 나는 반대할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유권자들을 포함한 일반 주민들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자신의 업무수행에 대해 책임을 진다. 그러한 책임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재선에 도전했을 때 유권자로부터의 재신임 여부로 결정 난다. 이 것이 책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교육위원회 학생대표 선출은 학생들만이 할 수 있다. 즉, 일반 주민들은 선출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 그렇기에 그러한 학생대표에게 유권자 모두가 참여해 선출하는 일반 교육위원들과 똑같은 권한을 준다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대표가 일반 교육위원들과 똑같은 투표권을 갖게 될 때 그들도 일반 교육위원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회의나 행사에 참석해야 할 것으로 당연히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 하는 학생 신분으로서는 학업에 지장 없이 그렇게 할 수 없다. 수업을 빠져가면서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러므로 구조적으로 학생대표가 일반 교육위원들과 똑같은 책임을 다 할 수 없고 그렇기에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서도 안될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도 학생대표가 있다. 이는 버지니아 주 법에서 허용된 것으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1972년부터 학생대표가 선출되어 왔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학생대표는 각 고등학교의 학생회 대표들로 구성되는 학생대표협의회 (Student Advisory Council: SAC)에서 매년 봄에 1년 임기로 선출된다. 중임은 허용되지 않는데 학생대표 자리에 출마하는 것은 SAC 멤버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올해의 학생대표도 SAC 출신이 아니다.
이 학생대표는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학생들 모두를 대표하며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교육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교육위원들에게 제공되는 모든 공개회의 자료들도 받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회의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지만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 교욱위원회의 표결이 있은 후 자신이 표결에 참여했었더라면 어떻게 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물론 이미 표결이 이루어진 후 그러한 의견 피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학생대표는 표결 전 진행되는 토론에 참여해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교육위원들이 학생대표의 생각을 미리 감지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학생대표에게는 비공개회의 참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한 비공개 회의에서 다루는 사항이란 교직원들의 인사문제, 학생 징계 문제, 그리고 소송 건 등에 대한 변호사들부터의 법률 자문 청취나 교육청의 조달 계약 관계에 관련된 것들이다.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학생대표의 연령이나 학생 신분을 고려할 때 참여가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져 배제되는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학생대표들에게는 공식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수고비로 $50을 지불한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는 작은 돈도 아니다. 이러한 학생대표 자리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지난 40년 이상 동안 한인계 학생은 한 명도 선출된 적이 없었다.
작년 봄에 치러진 선거에서 한 한인 여학생이 3명의 후보가 남은 최종 결선까지 진출했었으나 아깝게 낙선했다. 선출된 학생은 남학생이었는데 최종 후보 셋 중 둘이 여학생들이었기에 여학생 후보들 사이에서는 표가 좀 분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표권이 없어도 학생대표 자리는 많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이다. 교육위원들과 나란히 않아 학생들을 대표해 학생들의 뜻을 전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배움의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자리에 많은 한인학생들이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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