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화 ‘인터뷰’

2014-12-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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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선우 / 변호사

어느 미국 TV 방송의 앵커맨(스카이라크)과 프로듀서가 김정은의 초청으로 그를 인터뷰하러 평양엘 가게 되자 CIA에서 핵무기로 미국을 공갈 위협하는 그를 암살시키라고 회유한다. CIA의 여성담당자가 맹독이 잔뜩 들어있는 작은 반창고를 손바닥에 붙여 김정은이 악수를 하면 독살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코믹한 준비 과정과 방송인들의 무절제한 농담과 독설로 관중을 웃기기 위한 코미디다.

그러나 평양에 도착한 스카이라크와 그의 친구는 쉽사리 결행을 못한다. 그러던 중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스카이라크와 김정은의 성장 과정의 유사성이 드러나고 스카이라크는 인터뷰 대상에 동정심까지 느낄 정도가 된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되도록 군인이 발사 버튼에 손을 대고 김정은의 마지막 지시만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김일성이 스탈린에게서 선물 받았다는 탱크 속에 들어간 스카이라크와 친구가 김정은을 조준하여 포문을 여는 바람에 김정은의 얼굴과 머리가 박살나는 과정이 슬로모션으로 처리된다.

이상은 12월25일에 개봉될 예정이었다가 제작자인 소니 영화사에서 이를 취소한 ‘인터뷰’란 영화의 개요다. 소니는 북한의 해커들에게 컴퓨터망을 침범당하는 바람에 궁지에 빠진데다가 그 영화를 관람하러 가는 사람들은 9.11같은 흉변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유수 영화체인들이 상영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는 사태에 직면하자 그런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익을 보기는 커녕 제작비만 4,400만달러를 날린 것이다.


121부대라고 알려진 북한군의 컴퓨터 해커들이 벌써 몇 달 전부터 소니의 통신망에 전자 접근을 해서 소니 직원들의 신상 정보를 다 알아 냈을 뿐 아니라 간부들 사이에 오간 유명 스타 비하 농담을 담은 이메일에 더해 심지어는 오바마의 영화 기호에 대한 혹평 등을 온 천하에 공개하고 있는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미국기업들의 통신망이 해커들의 공격앞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화를 개봉 상영할경우 가공할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북한의 소위 비대칭(非對稱) ‘무기’ 공격이 손쉽게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만이 아니라 어떤 독재국가도 서방 세계의 오락풍자 영상물에 더해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한걸음 더 나가서 금융기관, 발전, 급수, 교통 등 기간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상대국의 사회안전을 교란시킬 가능성은 또 어떤가? 컴퓨터 잘 만지는 어린아이들앞에서 어른들이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 소니 사태를 북한 해커들의 소행으로 99% 확신하면서도 별다른 대응책은 없는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 미국 자체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방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조로 이란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들을 사이버 공격으로 불능화 시켰다는 보도도 있었으니까 무엇 묻은 개가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양시양비론도 있을 수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의 랜들 박 회견 기사가 생각났다. 한인2세인 박 씨가 바로 문제의 영화속 김정은이었다. 40대인 그는 코미디 클럽 등에서 관록을 쌓아 이제는 다른 부수입이 없이 연기만으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면서 이 영화가 더 활발한 장래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를 피력한 바 있다. 이번 사태가 그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내 개인 기호로는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 하더라도 R등급은 피한다는 나의 신조 때문에 안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DVD로 나온다면 나쁜 장면은 빨리빨리 돌려가면서라도 한 번보고 싶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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