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카로워진 신경, 한순간에 폭발… 눈높이 대화 나서라
인생의 가장 중요한 틀을 결정하는 고교생 시절에 대학 입시에 너무 얽매이기보다는 대학생활을 통해 커리어 등을 어떻게 연결 시킬지 거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입시병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다. 한 고교생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원인과 대처방법]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철이 찾아왔다. 한국처럼 한날에 수능시험을 치르는 등 전국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입시제도는 아니지만 미국도 입시철에는 역시 학부모와 자녀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나중에 원서 마감시간이 임박해지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덩달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자칫 잘못하면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까지 갈 정도로 험악한 사태가 연출되기도 한다. 따라서 자녀는 자녀대로 혹은 부모는 부모대로 대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고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요즈음이다. 따라서 이럴 때 일수록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입시철을 무사히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올해도 UC계열 대학의 지원은 11월30일로 마감되고 연말연초에 유명 사립대의 정시지원 마감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조기 전형자의 합격자 발표도 어느 정도 마무리 짓는 단계에 와 있다. ‘입시병’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대학에 입학해서도 내내 후유증이 지속되면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대학 입시에 사생결단을 거는 절박한 태도보다는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임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명문 대학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맞게 학교 선택과 진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입시병은?
입시병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 속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라고 할 수있다. 이로 인해 불안과 초조, 불면증, 우울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무기력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각한 경우 자살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학생에게 시험과 경쟁은 피할 수없는 일상사이다. 따라서 시험과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이고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개인에게 과중하여 처리 불가능한 상태이거나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병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은 일단 입시결과가 모두 발표되고, 드림 대학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대학에 합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 입시병의 원인
입시병은 부모, 학교, 사회로부터의 압력과 기대가 지나칠 때 발생한다.
학생이 이러한 기대를 잘 부응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학업성적이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실패와 부담이 너무 커질 때 자살이나 자해, 가출 등의 돌출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경쟁이나 성적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 인생의 전부인양 집착할때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의 학생은 평소 부모와 학교, 혹은 급우들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따라야 한다.
■ 대처법
입시병은 수험생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부모 등 가족들이 겪기도 한다. 주로 수험생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들은 항상 관찰을 해야 하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수험생 스스로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도 인생 선배로서 긴장을 풀고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 본인 수준에 맞게 계획한다
항상 무리를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탈이 나게 마련이다. 중간 정도 수준의 대학밖에 갈 수 있는 실력인 학생에게 부모가 일류대학을 목표로 하라고 강요한다면 이미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아이비리그나 스탠포드 대학 정도의 명문대를 목표로 하라고 강요한다면 본인이나 부모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본인이 안전하게 입학할 수 있는 학교와 드림스쿨을 선정해 이에 맞게 대학을 지원해 가도록 유도한다. 학교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커리어, 대학원 진학 문제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조정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비 드림의 이정석 대표는 “학생의 눈높이 수준이 높을수록 입시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며 “본인이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면에서 부모와 자녀가 윈윈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 차곡차곡 입시준비를 한다
수험생들이 입시준비 막판에 압박감이 커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서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것은 물론, 당락 여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 학교 공부와 지원서 작성이란 물리적인 부담 등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하나씩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은 자녀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고, 시간별로 순서를 매긴 뒤자녀와 함께 처리한다. 즉 사립대 정시에 지원하는 경우 지원서 작성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지원서 작성에 중심을 둬 마지막 정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 멀리, 다양하게 본다
사실 12학년이라는 터널을 지나서도 대학에 입학하면 정말로 치열한 학업과 과외활동 등 바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본인이 지원하는 대학이 인생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대학에 입학해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 입학 및 커리어 등을 생각한다면 너무 경쟁이 심한 대학보다는 학점 따기가 한결 수월한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실력에 넘치는 대학에 입학했을 경우 중간에 스트레스를 느껴 학업을 중단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자녀의 인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부모들의 마인드가 많이 개방되어 있어 일류 대학에 연연하지 않고 자녀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주기 위해 정비, 요리학교 등 취업이 잘되는 분야의 전공을 미리 조언해 주는 경우도 많다.
게이트 웨이(LA·발렌시아)의 김소영 원장은 “학부모들의 세태가 무조건 명문대를 고집하기보다는 자녀에게 맞는 대학과 전공을 찾아 일찍부터 올바른 진도 지도를 해주려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졸업 후 취업난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자녀 대화는]
자녀들은 자신의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미리 부모에게 상의를 한다. 호미로 막을 문제들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부모도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나무라기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같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우선 부모가 마음의 문을 열고 여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리스너(listener)가 되어서 경청을 해야 한다.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순간 자칫 잘못하면 부모의 일방적인 대화로 변할 수 있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의 스트레스와 고충을 풀어주는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용기를 심어주는 시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화의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춰야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다.
오래 인생을 살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부모들의 조언과 카운슬러 등의 코치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가장 중요한 결정은 본인이 내려야 하며 이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