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떠 온 시간
2014-12-12 (금) 12:00:00
지리산 사진 몇 장을 떠다
맑은 물속에서 들여다 본다
추억을 속아낸 지난여름 뱀사골
장마로 물길이 돌아앉아 있어도
사진 속에 흐름은 조용하다
두 번 계절 말아 올린 천왕봉 고개턱
초겨울로 접어든 가장자리엔
하늘 향해 결빙된 매끈한 절벽들이
숨 가쁘게 아슬아슬 걸려있다
무게에 꺾일 듯 휘어진 나목裸木
매달린 백설화白雪花. 저리도 아름다울까
계절이 가져간 화려한 단풍 색 뒤로
눈 속에 생을 마감하던 엊그제만 해도
단풍이 좋아 바람이 좋아 하늘이 좋아
봉우리 마다 시장처럼 붐비던 인파
골짜기 텐트 안까지 뜨겁게 달구며
아침이면 하얗게 탄 잿더미 되어
한 팀씩 비틀거리며 빠져 나가더니
지금은 조용히 숨죽이는 시간
노고단 깔고 앉은 눈바람의 서러운 울음
그 소리에 장난치는 싸락눈의 춤사위
은하수 길어다 덮은 설봉雪峰위로
내 사진 속의 맑은 지리산은
서러운지 지그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