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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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때 변호비와 리스 펜던스

2014-11-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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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변호사의 생활법률 상식

‘머니 머니해도 머니가 좋다지만…’ 몇 해 전 유행했던 왁스란 가수의 노래 ‘머니 머니’에서 머니(money)가 경쾌한 멜로디에 실리니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인 ‘돈’이 산뜻하게까지 느껴졌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돈’은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지극히 민감한 문제이다.

윤리를 저버리고 ‘돈’에만 집착하는 일부 악덕 변호사들이 있어서 우리는 더 ‘돈’에 한이 맺히고 ‘돈’에 관해 굴절된 시각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뿐인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민사소송의 경우는 변호사비가 만만치 않아서 잘못 하다간 배보다 배꼽이 커지거나 종국에는 엄청난 비용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민법은 승소냐 패소냐에 따라 변호사비가 좌우될 수도 있지만 미국의 민법은 그렇지가 않고 시간을 얼마나 들이느냐에 따라 변호비가 계산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

게다가 터무니없이 부풀린 변호사비 때문에 변호사를 고소하겠다면서 돈을 싸 가지고 와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을 보면 슬프기까지 하다.

또한 교통사고 케이스의 경우는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으므로 조건부로 케이스를 맡기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하면 당연히 변호사비가 없는 것이고 가주 변호사협회에서는 엄연히 ‘전문’이란 단어로 고객을 현혹시키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데 무슨 전문 수련을 받은 의사처럼 그 말을 광고에 버젓이 싣고 있으니 안타깝다.

최근에는 ‘스페셜리스트’라고 해서 시험을 치르고 얻는 몇 가지 분야가 있지만 ‘교통사고 스페셜리스트’란 자격시험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주로 취급하는 분야나 경력만을 광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변호사는 의사 같이 레지던트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법이 경고하는 것이다. 옐로 페이지에는 경고문까지 쓰여 있을 정도여서 같은 변호사로서 송구스러움과 함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사람들이 소송에 관해 오해하는 부분은 승소하면 이긴 쪽의 변호사비는 진 쪽이 당연히 물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00% 잘못된 상식이다. 또한 어떤 케이스든지 간에 변호사가 결과를 보장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따라서 정식으로 소송을 해야만 하는 케이스인지를 분별하는 것이 변호사의 법적 양심과 판단력이다. 의뢰인과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으면 변호사는 소장(complaint)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법적서류를 일컫는 것으로 청구인인 원고가 상대방인 피고에게 청구내용을 명시하여 법원에 정식 제출하는 것을 뜻한다. 소송을 제기하는 쪽을 원고(plaintiff)라 하고 고소를 당하는 쪽을 피고(defendant)라 한다.

고소장을 제출할 때는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소장을 만들지 않으면 법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마을을 바꾸었으면 책임을 지시요” 이 말이 우리의 생활에 늘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미국 법에 이를 적용할 수 있다. 논리라는 정의 아래 구멍이 숭숭 뚫린 다른 조항들에 비하면 합리적인 법인 ‘리스 펜던스’(lis pendence)가 있기 때문이다.

‘리스 펜던스가 걸려 있다’(Notice of Pendency of Action)는 말은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 소송계류 중이라는 뜻이다. 특정 부동산이 소송계류 중에 있음을 세상에 알리는 통지서를 일컫는 것으로 보통 해당 카운티에 등기를 한다.

셀러가 집이나 다른 부동산을 판다고 바이어에게 약속해 놓고 마음을 바꿔서 안 판다고 할 경우 바이어가 소송을 제기할 때 리스 펜던스라는 소송계류 통지서를 등록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과 관련된 타이틀 문제, 남의 땅을 이용한다는 지역권(easement) 문제, 소유권 문제 등의 소송을 카운티 법원에 먼저 제기한 후 리스 펜던스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소송을 제기하는 바이어의 변호사가 리스 펜던스를 만들어 제출하는데 이때 변호사는 사본들을 셀러뿐만 아니라 이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영수증이 되돌아오는 등기우편(certified return receipt)으로 보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에 변소사가 이때 실수를 하면 리스 펜던스의 효력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매매와 관련, 리스 펜던스를 등기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등기할 수 있다.

부동산 주인들끼리 땅 경계문제로 시비가 생기거나 지역권의 합법성(validity)의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퇴거명령 재판이나 리스 취소 소송이 걸린 경우에도 리스 펜던스를 등기할 수 있다.

바이어가 이렇게 절차를 밟아 리스 팬던스를 등기하면 온 세상 사람들에게 특정 부동산이 소송이 걸려 있어 문제가 있음을 알릴 수 있다. 리스 펜던스를 등기한다는 것은 소송의 승패에 따른 결과도 그 누가 떠맡는다는 뜻도 내포한다.

예를 들어 리스 펜던스가 걸려 있는 집을 싸다고 구입한 제2의 바이어가 있다고 치자. 소송을 제기한 처음 바이어가 승소할 경우 제2의 바이어는 집을 첫 바이어에게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므로 제2의 바이어는 리스 펜던스의 결과를 떠맡는 결과를 맞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리스 펜던스가 걸려 있는 부동산을 알고도 구입할 사람은 없기 때문에 바이어와 셀러의 협상으로 일이 종결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바이어의 변호사는 리스 펜던스를 걸어놓은 후 무조건 소송을 끌고 나가는 것보다 협상을 잘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고객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셀러는 리스 펜던스의 부당함을 고소, 제거하도록 소송을 할 수도 있으며 바이어는 약속 대로 나에게 집을 팔라는 소송이 아니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만 요구할 수도 있다.

(714)534-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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