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춤 자기화‘이영남표 춤사위’ 자리매김

2014-11-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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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리뷰] ‘이영남, 그 춤의 여정’을 보고

전통춤 자기화‘이영남표 춤사위’ 자리매김

살풀이춤을 추는 이영남.

2011년 한국의 명무전 기획공연을 무대에 올려 주목을 받았던 이영남이 지난 15일, 아라타니 극장에서 3년 만에 개인 발표회를 열었다. 꾸준히 본국 명무들의 춤들을 사사해온 이영남의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돋보였던 점은 세밀한 준비과정, 세련된 연출력과 전통춤의 자기화 작업이 3년 전에 비해 상당히 성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전통춤이라 하더라도 객석과 무대로 구분된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양식은 무시되어질 수 없는 요소이다.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이영남의 연출력은 그런 면에서 초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민사회라는 제한적 조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무감각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각각의 다양한 레퍼터리들을 영상을 활용, ‘춤의 여정’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매끄럽게 연결한 구성과 지체 없는 순서의 진행은 공연의 수준을 한층 격상시켜 주었다. 내용과 기술적인 면에서 앙상블을 이룬 공연이었다.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대궐무’는 화려한 오프닝으로 제격이었다. 이영남이 15명의 제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화관무와 태평무를 하나로 조화시킨 각색이 이채로웠다. 그간 한국의 대표적 명무들인 이매방, 강선영, 김숙자, 엄옥자 등에게서 전통춤들을 사사해온 지난 시간들의 춤들이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의 과정이었다면, 이번 이영남의 솔로 살풀이춤은 이제 비로소 이영남 자신의 춤이 무대에서도 자리매김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준 작품이었다.


한국에서 초청된 한수문은 김숙자류 도살풀이의 진미와 함께 남성적 색채가 강한 춤사위로, 국악의 지주격인 이병상, 지윤자는 가야금 연주로 공연의 무게감을 실었다. 이순영이 진두지휘한 군무진들도 장구춤, 소고춤 외 10여개의 작품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전통과 창작은 분리되어진 두 개의 다른 분야가 결코 아닌, 한 길이라는 사실을 이영남은 논리로 터득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세월에 담아 체득해 내었다. 본국 무용계의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미주에서 활동기반을 다져온 이영남의 입지가 자신 특유의 특성이 살아 있는 춤을 출 수 있게 하였고 이제 그 결실들이 보여지고 있음은 미주 무용계에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이영남이 존재함으로 앞으로 제2, 3의 이영남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이 일구어진 셈이다. ‘이영남, 그 춤의 여정’이라는 공연 타이틀이 의미하듯, 이영남은 전통춤의 자기화 작업을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 안에서 어우러진 춤사위들로 표현하려 한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작가의 삶과 하나로 조화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작품과 만나게 된다. 이 진리는 전통춤의 영역 안에서도 변함이 없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우리춤보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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