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기·연주법 그대로 ‘바로크 시간여행’

2014-11-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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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최고 고음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앤션트 뮤직’

▶ 디즈니홀서 12일 바흐 연주회

악기·연주법 그대로 ‘바로크 시간여행’

영국을 대표하는 고음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앤션트 뮤직’이 12일 디즈니 콘서트홀을 찾는다. <사진 Patrick Harrison>

현대인들이 듣고 있는 바흐, 비발디, 하이든, 모차르트는 200~300년 전 이 작곡가들 시대의 사람들이 듣던 음악과는 많이 다르다. 악기가 다르고, 연주단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주의까지 오는 동안 클래식 악기는 많은 진화를 거쳐 음색과 음량이 괄목할 만하게 커지고 개선됐다.

우선 합시코드(쳄발로)는 피아노가 됐고, 현악기의 줄은 양이나 고양이 내장으로 만든 것에서 강철 현으로 바뀌었다. 목관악기 플룻과 오보에는 전체가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트럼핏에는 밸브가 없었다. 바이얼린이나 비올라에 턱받침대가 없었고 첼로 주자들은 첼로를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다리 사이에 안고 연주했다. 악기 제작술도 지금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원시적인 수준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음정도, 음색도, 피치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의 숫자가 지금의 오케스트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었으니 그때의 음악은 본질적으로 달랐을 것이다.

조르디 사발 등 고음악 연주단의 연주를 몇번 들어본 일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악기들의 소리가 탁하고 작았다. 지금처럼 선명하고 날카로운 울림이 아니라 소박하고 덜 세련된 느낌.

하지만 그 따뜻한 음색의 우아함은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미국식 영어가 아니라 영국식 영어를 듣는 느낌이랄까.

영국 최고의 고음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앤션트 뮤직’ (Academy of Ancient Music·이하 AAM)는 하프시코드 주자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가 1973년 창설한 합주단이다. 음악은 작곡가가 썼을 당시의 원전악기를 사용해 연주해야 작곡가의 의도가 전달된다고 생각한 그는 역사주의 해석을 고수하며 고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선구적 원전연주단 AAM을 만들었다. 이들은 악보,악기 편성, 연주법 등 모차르트 당시의 연주 관습과 해석을 최대한 복원한 정격연주(authentic performance)를 들려주고 있으며 특별히 17~18세기 바로크 음악과 고전음악 연주에 정평이나있다.

그 ‘아카데미 오브 앤션트 뮤직’이 12일 오후 8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바흐 연주회를 갖는다. 11월 중 북미 투어를 갖고 있는 AAM은 이날 콘서트에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1720년께)에 쓴 ‘네개의 관현악 모음곡’ (Orchestral suite 1~4)을 들려준다. 바흐 시대의 모음곡은 조그만 무곡을 몇 개 묶어 서곡을 붙인 것으로, 보통은 하프시코드 연주용인데, 이 곡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도록 쓰여진 것이다.

지휘는 2006년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로부터 음악 감독직을 물려받은 리처드 이가(Richard Egarr)가 맡는다. AAM은 이가가 취임한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세계 4대륙 투어를 가졌으며 그라모폰상, 미뎀상, 에디슨상을 수상한 음반을 발매하였고, AAM 합창단도 창단하는 등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300장이 넘는CD를 낸 AAM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의 상주 오케스트라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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