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한 국적법 개정 계기돼야
2014-10-21 (화) 12:00:00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의 병역의무와 관련한 한국 국적법의 불합리한 조항 개정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심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개정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헌재에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청구기간 경과 등 이런저런 이유로 심리가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논란이 돼 온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전향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일부 한국거주자들이 아들의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원정출산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규정 때문에 뿌리의식을 갖고 한국에서 취업하거나 유학하려는 수많은 한인 2세 젊은이들이 불편과 불이익을 당해왔다. 또 미국 내에서도 연방공무원 취업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에 헌재가 심리하기로 한 소원도 이를 근거로 청구됐다.
법의 존재이유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데 있다. 소수의 악용을 막자고 절대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법의 기본취지에 어긋난다.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바로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이 법은 시대의 흐름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해외 한인사회의 기여도, 그리고 날로 빈번해지는 인적 교류 등에 비춰볼 때 2세 젊은이들에게 족쇄가 될 수 있는 현행 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학과 파견 근무, 이민 등을 통해 이곳에서 태어날 한인 2세들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法’ 이라는 한자어는 물이 흘러가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순리를 따라 가는 것, 여기에 법의 기본정신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는 최근 국회토론회와 해외 한인사회의 청원 등을 통해 충분히 제기됐다고 본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아무쪼록 시대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