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학기

2014-10-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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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센트럴커네티컷주립대 명예교수)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지난 43년간 대학에서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이 글을 쓴다.

첫째 대학은 고교시절과는 달리 의존심을 버리고 자주성을 으뜸으로 성숙한 인격자가 되도록 권장하는 배움터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더구나 개성과 개인을 존중하는 미국사회에서는 독립심이 강한 성인의 터전이기 때문에 교수들도 그런 여건을 따른다. 여기에는 각자의 권리와 의무도 포함 되어 있다. 그리고 유머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학생활이 지루하고 별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 전공분야를 남이 택해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한 학생들은 보람과 기쁨으로 대학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둘째, 등록한 강의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출석하기 바란다. 모든 과목은 누적적이요, 진보적인 내용이기에 단 한 번의 강의를 듣지 않아도 내용의 진도에 상당한 갭이 생긴다. 전후좌우의 연결성이 두절되기 때문이다.

강의 한 시간의 비용이 평균 50 내지 100달러가 된다는 금전적 ‘아까움’도 기억하기 바란다. 미국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일주일에 다섯 시간 이상의 Office Hours (연구실에서 학생의 질문과 자문 등에 응하는 시간) 가 있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무식한 것을 들어낼 터이니…” 하는 생각을 버리고 질문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이런 시간을 이용하기 바란다. 영어가 부족하다는 걱정도 필요 없다. 외국학생들에게는 미국교수들의 관대한 아량과 이해심이 있다.

셋째, 시험공부는 되도록 미국 동료학생들과 같이 하기 바란다. 내가 모르는 점을 다른 학생들이 알고 있으며 배우는 것이 많다고 보증한다. 시험 때 교수에게 미리 영한사전의 사용허가를 받아 두라. 읽으라는 교과서의 내용은 반드시 실천하고 책의 가장자리에 요점을 적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넷째, 지금은 유학초기(1960~70년대)에 비해서 모든 여건이 훨씬 윤택하고 입는 것, 먹거리 등 거의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풍요롭다고 학비를 낭비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자동차를 사면 드라이브 나가기가 일쑤이며 공부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대신 대학에서 주최하는 각종 과외활동, 특강, 음악회, 발표회, 운동, 자선사업, 방문 등 열심히 참여 하라.

다섯째, 부모님이나 가족이 고국에 계시건 미국에 계시건 자주 전화, e-mail, 또는 편지로 문안드리는 것을 권한다.

말, 풍속, 습관, 생활방식, 음식, 전통 등이 다른 미국에 와서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모든 한국유학생들의 건강과 성공을 빌며, 부디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인재가 되고 몸담아 있는 사회와 고국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는 좋은 인간자본이 되기를 기원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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