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시 ‘위안부’ 권위있는 미 문학지 호평

2014-09-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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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냐 고씨 28일 낭송회… 한글로 계간지에도 게재

시인 타냐 고(고현혜·사진)씨가 쓴 영시 ‘위안부’(Comfort Woman)가 미국 문단에서 권위 있는 문학지 빌로이트 포이트리 저널(Beloit Poetry Journal)에 발표됐다.

빌로이트 저널은 65년 전통의 시 문학지로, 고 시인은 “문학계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 잡지에 시를 발표하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는 ‘푸른 꽃’이란 제목의 한국어 시로 번역돼 한국의 계간 문학마당에도 게재된다.

고 시인은 또한 28일 팔로스버디스의 페닌슐라 센터 도서관에서 열리는 북 페어에 초청돼 영시 ‘위안부’를 낭송하고, 어떻게 이 시를 썼으며 어떻게 빌로이트 저널에 출판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는 50여명의 영어권 작가들이 참석하는 문학축제로 고 시인은 오전 11시~정오 사이 시를 낭송한다.


영시 ‘위안부’에 대해 빌로이트 저널의 편집자 잔 로젠왈드는 “온 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충격적인 진실, 심장이 멎는 듯한 이 놀라운 시를 듣고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타냐 고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전쟁 속에 성적 학대를 당하고 억압 속에 침묵하는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주었다”고 썼다.

또 시인 엘렌 배스는 “말로 도무지 형용할 수 없는 고난과 잔혹함 그리고 생존자의 고통을 그녀는 믿을 수 없으리만큼 아름답게 그렸다. 여운과 기품 속에 잔잔히 전하는 충격적인 진실은 우리의 가슴을 무너뜨리지만 그녀만의 따스한 감성으로 우리를 숨 쉬게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푸른 꽃>

타냐 고

트럭 뒷좌석에/
앉아 있는 젊은 처녀들이 보인다
그 가을/논두랑 옆에서/
나와 순자가 탔던 것 같던

작은 우리의 손 꼭 잡았다/
늦여름 함께 봉숭아/
물들인 붉은 손톱

흙먼지를 일으키며/
고향의 마지막 언덕길을/
넘어갈 때
순자는 하아얀/
고무신을 벗어 트럭/
밖으로 떨어트렸다

그날 밤/긴 칼을 뺀 순사들이/
솔잎을 따던 나를 끌고 간다
소쿠리 속의 초록 가시들/
하얀 피 냄새 풍기며
흔들리는 갈대밭 속으로 떨어진다.


<‘푸른 꽃’(Comfort Woman)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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