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펌프업/ 돈 보스코 프렙 고교 12학년 김강우 군

2014-09-29 (월)
크게 작게

▶ “빙판 위 승리 기쁨, 환자들과 나눠야죠”

▶ ‘버스데이 크루’ 봉사단체 소속 난치병 어린이 의료봉사

뉴저지 램지 소재 돈 보스코 프렙 고등학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김강우(18·사진)군은 한국에 살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키스틱을 들고 얼음판 위에 섰다.

남다른 재능이 보였고,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그의 하키사랑은 이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스하키 사랑이 남다른 캐나다로 가족이민을 떠나면서 아이스하키는 김군의 삶의 일부, 아니 전부가 됐다.

고등학교 주전선수로 활약하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준우승 트로피를 자신의 학교에 안겼고, 뉴저지로 이사를 온 이후에도 지금의 학교 팀을 버겐카운티 우승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뉴저지주 챔피언십 경기에선 아깝게 패배했지만, 그래도 주 전체 2위라는 기쁨도 맛봤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11학년이던 지난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발목 부상이 말 그대로 그의 아이스하키 인생에 발목을 잡았다. 더 이상 아이스하키는 그의 삶의 전부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그토록 좋았던 얼음판에 설 수 없었으니까요. 참을 수 없었어요.” 좌절감이 찾아온 건 당연했다. 매일 오후 9시까지 연습을 할 정도로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스링크에서 보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스하키 각종 훈련에 몰두했지만 부상 후 하키스틱을 내려놓자 당장 ‘남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잠시 잠깐의 이 힘든 시간이 지나가자 그의 인생엔 의미 있는 일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각종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김군은 “아이스링크 바깥세상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았음을 깨닫게 됐다”며 “얼음판에 계속 있었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남는 시간이 좌절감에서 기쁨, 행복으로 바뀌는 기적을 경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군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의료봉사를 했고, ‘버스데이 크루(Birthday Crew)’라는 봉사단체에 소속돼 어린이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난치병 어린이들의 손을 붙잡았다. 특히 어린이 환자를 만날 땐 아이스하키 스틱 수십 개를 들고 찾아가 손수 채를 쥐어주며 아이들의 웃음을 찾아줬다. 아이스하키를 놓고 나서야 맛본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김군은 “아이스하키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을 땐 모든 걸 다 잃은 줄만 알았지만 결과적으론 더 얻은 게 많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들도 “부상이 축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케이트를 벗은 뒤 김군은 또 학업에서 멋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뉴저지 전체에서 80여명을 선발하는 거버너 스쿨 과학반에 뽑혀 올해 의미 있는 여름방학을 보냈고, 각종 과학 관련 상도 휩쓸었다. SAT는 수학과 에세이 만점, 영어는 만점에서 20점 모자란 780점을 기록했다. 김군은 더욱 학업에 매진해 훗날 의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군은 “아이스하키 팀원들과 승리의 기쁨은 누리지 못하겠지만 이후 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하는 기쁨을 안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수줍지만, 한편으론 당찬 웃음을 보였다. <함지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