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래도 되는가?”

2014-09-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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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리아 지역에 사는 한인여성 이모씨, 주말이면 플러싱으로 간다. 로션을 사러 아모레 화장품 코너를 찾아간다. 딸아이 로션도 필요하지 싶어 가격이 좀 저렴한 페이스샵도 들린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한국말로 실컷 수다를 떨고자 뚜레쥬르에 가서 한국 빵과 커피를 마신다. 한국 수퍼마켓에서 한식 식단을 위한 장을 본 다음 파라바게트에 들러 식빵을 사온다. 저녁은 전 직장동료 가족을 만나 한국프랜차이즈 바비큐 식당에서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이민 20년차인 그녀는 한국에서 건너온 프랜차이즈 가게를 전전하면서 ‘이래도 되는 가?’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고 한다.로컬 빵집을 하던 대학선배, 샌드위치 전문점을 하던 친구가 가게 근처에 한국 베이커리 & 카페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오면서 버틸 대로 버티다가 얼마 전 두손 두발 들고 문 닫는 것을 보았다.


이민 30년차인 선배 부부는 10년을 하루같이 휴가 한번 안가고 밀가루 반죽 속에 살면서 새벽부터 빵을 만들고 팔았지만 더 이상 한국에서 건너온 프랜차이즈 빵맛을 이길 수 없어 자진 폐업했다.

뉴욕·뉴저지 한인상권이 한국에서 건너온 프랜차이즈에 점령됐다. 이들 체인점은 이미 현지 로칼 업소와의 경쟁이 아니라 프랜차이즈간 경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2~3년사이 화장품, 베이커리 & 카페, 바비큐 식당을 비롯 요식업소까지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30여개, 개별업소는 120여곳이 운영 중이거나 앞으로 문을 연다고 한다.(9월24일자 한국일보 경제섹션) 한국 프랜차이즈가 장사가 된다니 미주 한인들도 하던 자영업을 접고 가맹점 운영에 관심을 갖고 설명회에 몰려들고 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는 더욱 빠르게 확장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어렵게 일군 로칼 자영업은 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미국에 살고자 이민 온 한인들이 모두 떠나온 한국쪽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지, 이건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프랜차이즈가 21세기 유통의 꽃이라면 뉴욕한인들도 한국을 비롯 전세계로 확장되는 프랜차이즈 사업 아이디어로 창업해야 한다.

물론 한국 토종 브랜드가 미 주류사회를 치고 들어와 장사를 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다. 타임스 스퀘어에 있는 카페베네에서 타인종들이 가득 몰려와 줄을 서서 빵과 음료수를 사는 것을 보면서 ‘미전국적 체인점인 오봉팽보다 가격이 30% 비싸도 신선하고 맛있으니까 사지’ 했다.

한국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첫 진출 지역을 한인밀집 지역으로 하고 점차적으로 주류사회로 나아간다고 한다. 로칼 경제를 살려야 하니 한인 밀집지역에는 진출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소비자는 왕’ 아닌가. 넓고 멋진 인테리어에 눈을 홀릴 정도로 맛있게 보이는 빵과 과자, 또 와글와글 몰려 떠드는 한국말 소리, 그곳에 가면 한국 정서가 있어 반갑고 입맛에도 딱 맞는데 굳이 로칼 가게를 고집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번 돈 사회로 환원 한다’는 쉬운 말을 써보자. 10여 년 전부터 뉴욕에 들어온 한국 프랜차이즈가 한인사회에서 번 돈을 한인을 위해 쓴 적이 있던가.

한국에서는 이들 프랜차이즈 기업이 공익재단을 만들어 종업원 장학금을 주고 봉사단이 소외지역을 찾기도 한다는데 뉴욕에서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다. 프랜차이즈 로열티와 수익금을 모두 한국 본사에 보내는 것인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닌지 모르겠다.


기업은 이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2세 장학교육 프로그램, 저소득 한인 자립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가을 들어 줄 잇는 종교사회복지 단체들의 기금모금행사, 코리안 퍼레이드를 비롯 한국문화 홍보 행사, 위안부 기림비 및 동해병기 캠페인 등 미주한인들이 앞장선 역사적인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차피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것 아닌가.
이들 한국 프랜차이즈가 한인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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