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로잉의 매력에‘흠뻑’

2014-09-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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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탄생시킨 날것의 아이디어들

▶ 유명 설치작가 서도호 드로잉 북 출간

드로잉의 매력에‘흠뻑’

2년 전 UCSD 건물 옥상에 설치한 집‘떨어진 별’ 오프닝에 참석한 서도호 작가.

어떤 때는 가볍고 투명한 드로잉이 유화나 조각품, 인스톨레이션 같은 대작을 압도할 때가 있다. 간단한 몇 개의 선만으로 작가의 생각, 아이디어, 개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뼈대만 세운 건축물을 볼 때처럼 훨씬 본질적이고 이해가 쉽다.

드로잉은 또 작가의 기본실력을 보여주는 밑그림이고,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청사진이다. 수년 전 LA 카운티미술관에서 대규모 드로잉전을 연 적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19~20세기 작가들의 드로잉이 너무 많아서 다 돌아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 적이 있다.

작가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드로잉을 엄청나게 많이 그린다.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그 스케치와 드로잉이 수십 수백장인 경우가 보통이고, 심지어 우리 눈에는 아무렇게나 그린 것처럼 보이는 추상화들도 그 이상한(?) 선과 색을 쓰기 위해 그려놓은 드로잉들을 보면 너무 정교해서 깜짝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한국이 자랑하는 현대 설치작가, 이곳 라크마와 샌디에고 대학에 ‘떨어진 별’(Fallen Star)을 소개해 크게 주목 받았던 아티스트 서도호의 드로잉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드로잉 북(Do Ho Suh Drawings)이 나왔다.

지난 9월11일부터 10월25일까지 뉴욕의 레만 모핀(Lehmann Maupin)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드로잉전을 기념해 델모니코(DelMonico Books)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으로, 192페이지에 175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겨 있다. 가격 50달러.

이 책에는 지난 20여년간 ‘집’을 설치미술로 표현해 온 서도호의 수많은 프로젝트가 디테일한 날것의 아이디어로 담겨 있다. ‘집 속의 집’ ‘계단’ ‘드림 홈’ ‘카르마’ ‘서울홈/LA홈’ ‘낙하산병’ ‘탁본’… 등 매우 건축적이고 너무나도 다양한 그의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책 앞부분에는 3명의 현대미술 전문가들인 클라라 김(큐레이터), 엘리자베스 A.T. 스미스(미술사학자, 프랑켄탈러 재단 디렉터), 로셸 스타이너(큐레이터 USC 교수)가 서도호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에세이가 실렸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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