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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여름방학은 국가적 차원의 손실이 되는가?

2014-08-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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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

미국의 기나 긴 여름 방학 동안 발생하는 학습 손실에 대한 기사는 여러 번 다룬 적이 있다. 거의 3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방학 기간 중 학습과 관련된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방학 이후 학습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루어 왔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여름 방학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각 종 국제 학력 평가에서 처참한 결과를 보여 주었던 미국의 점수가 혹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난히 긴 여름 방학 때문은 아닐까?폴리티고 매거진(Politico Magazine, http://www.politico.com/magazine)에 실린 “여름 방학에 대한 이의(The Case Against Summer Vacation)”라는 제목의 브리짓 앤슬(Bridget Ansel)의 기사는 여름 방학 동안 발생하는 학습 손실을 국가적 차원에서 조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기사이다. 특별히 저소득층 가정에 미치는 여름 방학의 영향에 대해 지적한 이 기사를 통해, 국제 학력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던 우리 교육의 문제를 찾아보게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여름 방학의 향수를 갖고 있을 것이다. 좋게 말하면 여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게을러지는 여름 방학은 학생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손실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특별히 부모가 모두 직장에 다니는 가정, 편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는 방학은 여유로운 누림의 시간이라기보다는 데이케어와의 싸움이 되는 시간이다. 게다가 제한된 소득의 상당 부분을 아이들을 맡기는데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가중된다.

고소득층이나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들 양육에 전담하는 가정의 경우는 좀 다른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각 종 캠프에서부터 도서관의 리딩 프로그램, 학기 중에는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액티비티, 방학이 주는 여유로움과 여행 등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집중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비싼 캠프를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의 경우는 어떠한가? 부모 모두가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보일 여력이 없는 가정의 경우, 기나 긴 여름 방학은 전혀 반갑지 않은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여름 방학의 일수를 줄이고 학교 수업 일수를 늘이자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 사실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브릿지 앤슬은 레이건 대통령 재직 당시 있었던 이러한 주장과 현 교육부 장관인 안 덩컨의 얘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직 중이던 1983년의 ‘우수 교육을 위한 전국 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Excellence in Education)’는 이미 학교의 수업 일수를 늘려야 함을 권고 했었다. 국제 학력 평가에서 형편없는 결과를 받은 미국 교육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국가 안전 및 경제적 우위 선점에 대해 무거운 암시를 하는 이런 결과에 대해 경악한 위원회는 연간 200~220일의 학사 일정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은 2009년도에 교육부 장관인 안 덩컨에 의해 “우리의 일 년은 너무나 짧다.”라고 확인되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의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훨씬 더 오래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는 미국 아이들이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실로 연결되어 자리 잡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앤슬의 얘기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학사 일정을 늘리는데 필요한 비용 문제이다. 그 뿐 아니라 여행 업계나 정치권의 목소리도 한 몫을 한다. 게다가 이를 반대하는 부모들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에어컨도 없고, 농사일에 아이들의 일손이 필요했던 19세기에 맞게 만들어진 기나 긴 여름 방학을 21세기에도 지속함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특별히 저소득층 가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학력 평가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여전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이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미국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할 때, 우리는 확실히 뒤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사 평가제부터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하지만 여름 방학동안 저소득층 학생들이 겪는 가중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비중이 두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름 방학을 바라 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상위 몇 프로의 점수가 아닌 미국 전체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여름 방학에 대한 수정이 필요한 때이다. 21세기에 걸 맞는 기간의 여름 방학이 필요하고, 또한 방학 동안에 저소득층을 향한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 각 가정의 사회 경제적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조정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학습과 관련된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여름 방학에 대한 재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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