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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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배회 학생들 학교로 이끌어”

2014-07-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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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롱스 ‘바이얼린&댄스 고등학교’심용태 교장

▶ 뉴욕시장.교육감 등 교육 혁신 성공사례로 꼽아

졸업률이 25%에도 못 미치던 사우스 브롱스의 한 고등학교에 기적이 시작된 건 지난 2002년. 빌 게이츠가 대도시 공교육 변화를 목적으로 뉴욕시 교육청에 거액의 자금을 건네면서다. ‘희망의 씨앗’과도 같았던 이 자금은 당시 1개로 이뤄진 문제의 고등학교를 4개로 쪼개는 혁신 작업에 투입됐다.

한인 심용태(43·영어명 프랭클린·사진) 교장이 이끌고 있는 바이얼린 앤 댄스 고등학교(High School for Violin and Dance)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4개의 학교 중 하나다. 1개가 4개로 분리되다 보니 학생들에게 쏟는 관심과 시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심 교장과 같은 교사들의 헌신이 더해지면서 거리를 배회하던 학생들이 점차 학교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졸업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심 교장은 “요즘엔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을 거쳐 다시 브롱스로 돌아와 교사가 되는 등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며 “학생들도 점차 희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이라는 씨앗이 열매를 맺는 과정 한 가운데에 심 교장이 서 있는 것이다.


심 교장이 이 학교에 부임한 건 지난 2005년. 전임 교장이자 친구였던 타냐 립폴드의 요청으로 이 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엔 교감직을 맡았지만 2011년 립폴드가 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심 교장이 그 자리에 앉게 됐다.

심 교장은 “처음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 학생들 상당수가 셸터 생활을 하거나, 편모·편부 가정 출신, 어린 나이에 싱글맘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며 “교회에서 심방을 가듯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안에는 각종 질병에 노출된 학생들을 위한 병원(Clinic)이 설치됐고, 점심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토요일에도 정규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뉴욕시가 먼저 알아차렸다. 심 교장은 교육관련 성공사례집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매년 학교가 개최하는 음악회에는 뉴욕시장과 교육감의 방문이 이어졌다.

사실 이 학교 학생들은 생전 바이얼린 한 번 못 만져본 학생들이다. 댄스 역시 고전과 현대 무용을 의미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오로지 ‘힙합’만을 잔뜩 기대한 채 입학을 한다.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점차 바이얼린이나 무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이 학교의 숨은 비법이다.

심 교장은 “우리 교사들의 철칙은 이왕 가르치는 것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하루 수시간씩 온 열정을 쏟아 가르쳐 결국 대학에서도 인정받을만한 실력가로 키운다”고 강조했다.

브루클린 출신인 심 교장은 뉴욕시의 명문인 스타이브센트 고교를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를 모두 뉴욕에서 마쳤다. 이후 UCLA로 대학진학을 하면서 교사의 꿈을 키워나갔다.

모두가 의사, 변호사만을 꿈꾸던 그 때 그가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건 역시나 ‘변화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갈망은 기어코 변화를 이뤄냈다.
“우리 아이들의 공연을 한 번 보러 오세요. 변화가 어떤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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