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사회 월드컵 ‘ 신풍속도’

2014-06-1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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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나 가정보다 월드컵에 ‘올인’

▶ 직장에선 배팅***응원 위해 조퇴 계획까지

직장인 정 모씨(34)는 지난 13일 대박을 터트렸다. 브라질 월드컵 스페인과 네덜란드전의 스코어 맞추기 내기에서 가장 근사치인 ‘3대1 네덜란드 승’을 적어내면서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직원 6명이 20달러씩 배팅해 자신이 낸 돈을 빼면 무려 100달러를 챙기는 횡재를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본격 진행되면서 한인사회에 새로운 생활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다수 한인들의 대화 소재는 단연 월드컵이다.

정 씨처럼 직장인들 사이에 월드컵 스코어 맞히기 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물론 생업과 일을 밀어둔 채 하루 종일 월드컵 경기시청에만 매달리는 한인들이 있는가 하면 월드컵 때문에 불화(?)를 빚는 가정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오늘(17일) 펼쳐지는 러시아와 운명의 첫판을 앞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응원하고자 합동 응원장을 찾기 위해 직장에 조퇴 계획까지 세워놓은 축구 열혈팬들까지 등장하는 등 갈수록 월드컵이 한인사회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실리콘밸리 IT회사에 재직 중인 데이빗 최(36)씨는 “원정 16강 신화를 이뤘던 2010년 월드컵 응원전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일찍 퇴근할 계획”이라면서 “북가주 한인들이 똘똘 뭉쳐 응원을 한다면 충분히 러시아를 격파하고 원정 8강 신화를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조 모씨는 요즘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비즈니스는 뒷전이 돼 버렸다. 직장에서는 하루종일 TV를 통해, 퇴근 이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시청하는 데 쏟고 있는 것.

축구 동호회 멤버인 조씨는 “월드컵 경기는 대부분 세계적인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빅 매치로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다”면서 “가게에서 생중계를 보다가 놓친 부분은 퇴근해서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하이라이트를 꼭 챙겨보고 잔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이모씨에겐 월드컵이 가정생활의 적이 되고 있다. 본보에서 제공한 월드컵 특집을 통해 전체 월드컵 경기 TV스케줄을 짜놓고 시청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 주말 어린 자녀들과 아내로부터 불평세례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지난 주말 나들이를 가자는 부인들과 아들 딸들을 제쳐두고 월드컵을 봐 가족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워낙 빅 경기들이 많아 안보고는 못 배길 것 같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이광희 기자>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당시 현재 산타 클라라 로렌스 플라자 자리에 모여 열띤 응원을 보내는 북가주 한인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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