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라이언 김 경영칼럼
▶ 터보에어 그룹 회장
“제게는 특별한 영광의 밤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제가 이 자리에 서는 일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상원의원 시절이었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렇게 찬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의 미국과 공화당의 미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또한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오직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 입니다”라며 “모닥불에 둘러앉아 자유의 노래를 부르던 노예들의 희망, 머나먼 이국을 향해 출발하던 이주민들의 희망,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희망, 미국은 자신을 위한 나라임을 믿었던 버락이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을 가진 말라깽이 꼬마의 희망, 그것이 바로 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며 이 나라의 토대입니다”로 마무리되는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
백인이 똑같은 원고로 연설을 했었다면 그저 정치적 연설이라 흘려들었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흑인 의원의 연설은 미 국민들을 순식간에 매료시켰으며, 이 한 번의 연설로 초선의 오바마 의원은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4년 후, 찬조연설자로 서는 것도 기적이라 고백했던 오바마 의원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린다.
자유와 평등은 독립 선언문에 명시된 미국의 건국 이념이며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미 국민의 가치이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선언한 자유와 평등이 오늘날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기까지는 미국의 희생과 큰 공헌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땅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맞닥뜨리며 살고 있으니,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완전한 평등은 영원한 인류의 과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가 개인에게 부여된 권리라면 평등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평등은 법으로 강제할 수 있지만, 자유는 개인에 주어진 권리임으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상대가 흑인이라서 혹은 백인이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고 표현해도 처벌받지 않음은 물론이다.
어떤 회사가 인종을 구분해 차별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개인은 특정한 인종이 만든 상품이나 운영한 상점을 이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느 국가에서나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이는 각자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유리벽임을 인정해야 한다.
주류사회 기업들이 소비자들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광고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갖는 특별함이 부족해서일지 모른다. 반면에 한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쓰고도 경쟁 미국 기업보다 더 관심을 받는 것은, 소수이기 때문에 얻는 반사효과일 것이다.
80년대 초 현대 자동차가 미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전국적인 뉴스가 됐었으며, 이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하지 않고도 현대차를 신속하게 미국에 알리는 홍보효과로 작용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기대하지 않았던 후보 선수가 중요한 게임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면 단번에 유명해지면서 주목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인임은 주류시장에 진출하는데 결코 장애가 아니라 장점이 된다. 피부색이 다르니 고객들이 쉽게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고, 독특한 발음으로 진지하게 상품을 설명하면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말로 설득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고객들은 더 큰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주류시장을 개척하려면 단단한 준비와 지치지 않는 끈기는 필수이다. 문전박대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어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배짱도 갖춰야 한다. 분명한 것은 실력만 있다면 업계는 당신을 주시하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절반의 성공을 의미하며 우리가 소수인종이기 때문에 누리는 효과이다. 지구상 어느 곳을 가도 차별은 존재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다름’을 성공의 에너지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