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폼페이 최후의 날 생생

2014-06-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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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폭발 당시 시내 모습 재현, 호화 유물 등 150여점 특별전

▶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서

폼페이 최후의 날 생생

화산재가 덮치면서 희생된 사람들의 몸체도 볼 수 있다. 사람이 있던 자리에 석고를 부어넣어 죽음 순간의 형상을 그대로 떠낸 것이다.

폼페이 최후의 날 생생

폼페이의 로마 귀족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한 저택의 정원에 있던 분수대.

2000년 전 폼페이의 삶과 문화, 그리고 최후의 날을 보여주는 전시회(Pompeii: The Exhibition)가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에서 지난 5월20일 개막됐다.

내년 1월4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국립 고고학박물관에서 대여해 온 유물 150여점을 망라하는 특별전으로, 프레스코 벽화로부터 대리석과 청동 조각품, 각종 보석 장신구, 로마 동전, 검투사들의 무기, 가구, 주방도구와 식기, 농기구와 의료기구에 이르는 수많은 유물들이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여러 공간에서 주제별로 설치돼 있다.

호화롭기 그지없었던 귀족의 저택 내부도 거실과 정원, 침실 등 벽화와 비디오 영상을 통해 다각도로 보여주고, 거리, 상점, 식당, 공동목욕탕, 심지어 사창가 윤락녀들의 방까지 재현해 보여준다(이곳은 어린이 금지). 특히 화산재가 덮치면서 갑자기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몸체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람이 있었던 자리에 석고를 부어넣어 본래의 자세와 형상을 그대로 떠낸 것이다. 이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포즈로 석화됐는지를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마지막 전시장에는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이 일어나던 날의 폼페이 시내 모습을 시간대 별로 재현, 화산재에 덮여 완전히 사라지는 광경까지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줌으로써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마치 고대도시 폼페이와 그 유적지를 다녀온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폼페이는 농업과 상업의 중심지이자,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로 대단히 화려하고 융성했던 도시였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처럼 타락한 도시에 내린 신의 벌이라고 불리는 폼페이의 최후는 서기 79년 8월24일 베수비오 화산이 대폭발과 함께 찾아왔다. 이틀 동안 엄청난 용암과 화산재, 유독개스, 파편들이 쏟아지면서 2,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화려한 광장과 건물, 극장, 상가, 그리고 당시 최고 설비를 자랑하던 스타비안 목욕탕이 화산재에 묻혀버렸다.

피해상황이 하도 엄청나서 로마는 폼페이의 발굴이나 재건에 손도 못 댔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굴꾼만 득실대다가 점차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폼페이는 1549년 수로공사 중 우연히 유적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그때는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1748년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가 폼페이 발굴을 시작했으나 거의 약탈 수준이었다.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국왕 빅토르 에마뉴엘 2세가 조직적인 발굴을 지시했고 이때부터 유적에 대한 구획 정리와 함께 본격적인 수리와 보존이 이루어졌다. 폼페이 발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현재 도시의 약 5분의 4가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출토품들은 나폴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아이러니칼한 것은 화산 폭발로 멸망한 폼페이는 그 뜨거운 열기와 화산재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치 타임캡슐에 갇힌 듯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얼마나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구가했는지, 또한 당시의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예술과 문화, 술과 음식, 사랑과 열정을 누렸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는 이 전시와 관련해 아이맥스(IMAX) 극장에서 ‘자연의 힘’(Forces of Nature)을 상영한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화산, 지진, 태풍, 토네이도 등의 자연재해의 원인과 발생과 영향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티켓은 11.75~19.75달러. 인터넷으로 관람시간을 미리 예약(timed-entry)하는 것이 권장된다.


www.californiasciencecenter.org, (323)SCI-ENCE

California Science Center 700 State Dr. LA, CA 90037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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