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글자마다 신심·장엄미 현대의 경전 필사예술

2014-06-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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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경연, 문화원서 ‘사경전’… 강연·시연도

글자마다 신심·장엄미 현대의 경전 필사예술

고려사경 유물에 나타난 5위 신장도를 그리고 채색한 이순래의 ‘고려사경 신장도’.

글자마다 신심·장엄미 현대의 경전 필사예술

전통 사경기능전승자 김경호의 감지금니 ‘전통사경과 성경사경, 코란사경, 만다라의 대화’.

중세시대 서양에 필사본(manuscript)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사경예술이 있었다. 필사본은 성경을 손으로 복사하는 것이었지만 사경은 불경을 그대로 복사하는 예술이었다.

인쇄가 없었던 시절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경전을 손으로 한자 한자 극소의 크기로 베껴 쓰는 일은 정교하고 섬세한 고밀도 작업이어서 고귀한 신심과 삼매의 경지에서 진리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신앙행위였으며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경전은 장엄한 예술품이었다.

이를 위해 몸과 마음, 재료와 도구 등 모든 부분에서 최상의 청정을 추구했고, 사경하는 동안 마음에는 헛된 욕망과 성냄, 어리석음 등이 없어야 하는 수행이었으므로 사경작품은 부처님과 동등한 법사리로 존숭되어 왔다.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은 한국사경연구회(회장 김경호)와 공동주최로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예술, 수행과 정진의 신앙행위였던 사경예술을 현대에 계승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법사리 장엄의 결정체, 사경’ 전시회를 13~26일 문화원 2층 아트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에는 한국사경연구회의 회원 32명이 전통을 계승한 작품과 전통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창작품 47점이 소개된다. 만다라사경, 공필사경, 자수사경, 영자사경, 보탑사경 등과 함께 전통기법을 다른 분야와 접목하여 새롭게 제작한 사경작품이 다수 포함된다.

작품 장정은 전통 권자본으로부터 현대적인 액자, 족자, 대련작품까지 모두 볼 수 있고, 재료 상으로도 감지, 홍지, 황지, 백지, 비단 등에 금니, 은니, 주묵, 채묵, 물감, 먹, 금박, 자수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사경의 내용도 주로 불경사경이 많지만 성경사경, 도교사경, 천부경도 포함돼 있다.

한국사경연구회에 따르면 사경은 한국에서 1,700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예술로, 특히 고려시대(918~1392년)에는 불교 전래국 중 최고의 기량을 보유했던,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심미감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장엄예술의 결정체였다.

그러나 유교를 중시했던 조선시대를 거치며 약 600년 동안 쇠락했으나 최근 그 중요성과 예술성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고, 사경의 주요 가치인 느림과 심신청정의 미학이 현대인의 조급증과 각박한 정신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사경연구회는 2002년 국내 최초로 결성된 전통사경 전문단체로 국내ㆍ외에서 전통사경의 연구, 홍보, 전시, 법회, 학술대회 등을 수십 차례 개최했으며 스리랑카 전통사찰 마라다너 사원, 중국 4대 명찰 영암사, 뉴욕 정명사, 뉴저지 원각사 등지에서 한국 전통사경 법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여 현지 불상의 복장에 봉안하였다.

이번 전시는 해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갖는 첫 전시로, 이를 통해 한국 전통사경의 예술성과 아름다움, 정신세계를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전시기간에 사경 강연회 및 시연회를 가질 예정이며, 강연회에서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영인본과 ‘직지심체요절’ 영인본 등을 활용하여 한국이 세계 인쇄문화의 종주국임과 함께 인쇄술 개발을 촉진시킨 연원이 사경이라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개막식은 13일 오후 7시. 강연회 및 시연회는 21일 오전 11시.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6-7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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