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남태평양’ 주연급 한인 이세나 씨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의 꿈을 단 한 순간도 놓아 본 적이 없다”는 한인 뮤지컬 여배우 이세나(26·사진)씨.
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ic)’에서 주요 배역인 ‘리앗’을 연기한 이씨는 “꿈만 같았던 첫 무대의 감격이 아직 눈에 선하다”며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씨는 한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뮤지컬 업계에서도 메이저 제작사로 통하는 “프래더 엔터네인먼트(Prather Entertainment)사의 대형 뮤지컬 ‘남태평양‘의 주역으로 데뷔했다. 이씨는 지난해 여름 펜실베니아와 연말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플로리다에서 막을 올렸던 이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씨가 출연한 뮤지컬 ‘남태평양’은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숱한 히트작들을 만들어 온 명콤비 리차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의 작품으로 수차례 브로드웨이에 올려졌으며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크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씨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남태평양 외진 섬의 네 남녀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이 작품에서 미 해병대 부관과 사랑에 빠지는 베트남 여인 ‘리앗’ 역할을 맡아 인종갈등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유쾌하면서도 소박한 감성 안에서 섬세하게 표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회의 크리스마스 뮤지컬 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춤과 노래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는 이씨는 그날부터 ‘브로드웨이의 꿈’을 가슴 깊이 품었다고.
8세 때부터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고 “뮤지컬 배우의 성량을 갖추려고 예술 중·고교를 거쳐 대학에서도 성악을 전공했던 이씨는 누구보다도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뒤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걸어왔다.
성신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2010년 뉴욕으로 건너와 뮤지컬 배우의 산실인 AMDA에 입학했고 지난해 2월 졸업했다.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열린 ‘남태평양’ 오디션에서 당당하게 배역을 따낸 것.
이씨는 “두 번째 심사과정이었던 댄스 오디션에서 무척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받았다”며 “단 5분간의 교육만으로 숙지하기에는 너무 힘든 동작이었기에 차라리 나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느낌있게 전달해보자는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심사에 참가했던 연출가와 프로듀서는 그때 이씨의 감성 충만한 몸짓에 매료돼 ‘바로 저 배우’라며 낙점을 찍었다고.
지난달 15일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무대의 막을 내린 뒤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이씨는 “작품에 임했던 지난 1년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었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의 그 설렘만을 간직한 채 또 다시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 잠깐의 화려함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먼 곳을 내다볼 줄 아는 배우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