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홍 변호사의 생활법률 상식
▶ 면적·건물주·입주일자 명확히 해야 시비 없어, 애매한 문장 분쟁소지 전문가의 자문 받아야
식곤증이 느껴지는 한 여름 오후였다. 그 때 긴 자를 들고 헉헉대며 들이닥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가게 크기가 리스에 적힌 면적과 무려 500스퀘어피트나 차이가 난다”며 “그동안 렌트로 얼마를 손해 봤으며, 어떻게 이런 것을 속일 수 있는가”라며 분개했다.
긴 자가 무기로 보여 점심식사 후의 느슨함이 확 사라진 엽기적인 오후였다.
리스에 얽힌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앞의 예처럼 멀쩡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하다 몇 년 뒤에야 말썽을 빚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도 리스 문제로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1960년대 말에 이민 온 부모님은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했는데, 영어 때문에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크고 작은 메일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것을 계기로 대학에 다닐 때는 비즈니스 리스 검토는 내게 맡겼고, 리스 검토 후에 비즈니스를 매입해 아무 탈 없이 참으로 열심히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봐드린 어느 비즈니스의 리스의 한 문장에서 사건이 터지게 됐다.
영어를 부모님께 우리말로 조목조목 설명해드리고 기본골자를 알려드린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한 문장에 법적인 함정이 있어 큰 소송이 걸려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약 5년은 걸린 것 같다. 그때 부모님은 긴 싸움에 많이 늙으셨고, 나는 LA 센추리시티 빌딩을 쳐다보며 변호사란 직업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애매모호한 한 문장 땜에 이어졌던 법정싸움과 부모님의 고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기만 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필자의 사무실에서 여러 종류의 법률문제를 처리하고 있지만 유난히 애착이 가는 이름이 ‘리스’다.
리스검토만은 서류만 달랑 맡지 않는다. 그리고 리스만은 유독 사무실에 있는 다른 변호사 손에도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리스의 중요 골자만 보는 경우든, 건물주와 흥정할 경우든, 이 잡듯이 샅샅이 훑을 경우 등 리스 검토는 지금도 의뢰인 앞에서 검토하는 방법을 고집해오고 있다.
한인들에게는 ‘임대계약’이란 말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리스(Lease)계약서는 한인들에게 인생의 길을 바꾸는 원인이 되기도 하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면적으로 인한 시비를 피하는 길은 계약서에 리스할 곳의 주소와 면적이 명시돼 있는 항목이 있는데 면적은 꼭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접 가서 면적을 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스의 다른 조항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건물주가 개인인지 주식회사인지를 살펴 봐야 한다. 건물주가 개인인 경우에는 혼인 여부에 따라 서명의 조건이 달라진다. 결혼한 건물주라면 부부가 함께 사인을 해야 한다. 주식회사인 경우는 반드시 사장이나 총무 등 사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의 사인이 필요하다.
보통 새로 건물을 짓는 경우의 리스는 입주가 언제 가능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 날짜까지 입주를 못할 경우의 내용도 명시하는 것이 좋다. 또 건물주가 어느 정도 공사를 해준다는 조항도 있으나 전문가가 아니면 알지 못할 정도로 아리송하게 적혀 있어 제너럴 컨트렉터 등 건축 전문가에게 자문한다면 확실하겠다.
실제 전문가에게 마무리작업에 대한 견적서를 받은 후 만만찮은 경비가 드는 것을 알게 돼 비즈니스 매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약점을 알고도 비즈니스 매입 결정을 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결정권자의 영역이므로 제삼자가 문제 삼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감각에 의해 매매 결정을 하더라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비즈니스에 있어 자신의 건물에서 하는 경우보다 다른 사람의 건물을 리스해 운영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우리네 현실이므로 건물주와의 관계도 비즈니스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비즈니스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비즈니스를 빨리 경영하고 싶어서, 말로만 들은 사실만 믿고 계약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사인 전에 신중히 리스를 검토해야 한다.
(714)534-4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