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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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해 살아본 후 매입 `리스옵션’ 있다

2014-02-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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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다로워진 모기지 대출… 전략은

▶ 임대 만료되면 계약 권리 우선 부여, 당장 대출받기 힘든 바이어에게 적합, 집주인 차압당하는 경우 손해 주의

지난달 10일부터 새로운 모기지 대출규정이 시행중이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대출자만 선별해 모기지를 발급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상환능력을 갖춘 대출자를 추려내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기준이 부채비율이다. 새 규정은 이 부채비율을 가구소득 대비 43%로 제한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타 대출조건도 기존보다 까다로워져 올해 전반적으로 모기지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구입 계획은 있지만 당장 모기지 대출을 받기 힘들거나 최근 숏세일, 차압, 개인 파산 등의 기록이 있어 대출이 불가능할 때 미래의 주택구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안이 있다. ‘리스옵션’(lease-option)이 바로 미래의 주택구입을 가능하게 돕는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대 만료 뒤 구입 옵션

‘리스옵션’이란 ‘렌트 투 오운’(rent-to-own)이라고도 불리는데, 바이어가 구입을 희망하는 주택을 일정기간 임대한 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해당 바이어에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계약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계약이 체결되면 우선 재정난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은 임대 계약기간에 주택융자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미래의 바이어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바이어는 구입을 희망하는 주택에 미리 거주해 봄으로써 해당 주택과 동네 사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또 임대기간 렌트비의 일부를 다운 페이먼트로 적립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소비자연맹’(CFA)의 배리 지가스 공공정책 부문 디렉터는 “지역이나 집이 마음에 들어 정착하고 싶지만 당장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구입자들에게 적합한 대안”이라며 “임대 형식으로 입주해 살면서 주택구입 능력을 쌓기에 안성맞춤”이라고 U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가스 디렉터는 또 “최근 차압 등으로 집을 처분해야 했지만 미래에 주택 재구입 계획이 있는 ‘부메랑 바이어’들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장점

▲부족한 다운페이먼 마련 기회
리스옵션에 따른 혜택은 바이어에게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바이어는 임대기간을 주택구입에 부족했던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확보하거나 대출기준에 미달했던 크레딧 점수를 개선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운페이먼트 금액은 계약된 임대료와는 별도로 집주인에게 내는 프리미엄을 통해 적립할 수 있다.


당장 다운페이먼트로 활용할 수 있는 목돈은 없지만 1~2년의 임대기간에 매달 프리미엄을 납부하다가 주택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을 때 다운페이먼트에 보태 사용하게 된다. 임대료 프리미엄 외에도 리스옵션 계약 때 주택 시세의 일정 비율을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계약금을 미래에 다운페이먼트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집주인과 테넌트가 주택 시세가 20만달러로 합의했다면 시세의 2.5%에 해당하는 5,000달러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월 임대료 1,000달러에 프리미엄 400달러씩을 더 내는 방식으로 리스옵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중 계약금 5,000달러와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월 400달러는 임대가 끝난 후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금액으로 적립된다.

대부분의 임대 계약기간이 1년인 점을 감안하면 1년 후에는 9,800달러를, 만약 3년을 임대하게 되면 1만9,400달러의 금액을 다운페이먼트로 모을 수 있게 된다.

▲크레딧 점수 개선
차압, 숏세일, 개인 파산 등으로 집을 잃게 된 경우 크레딧 점수가 모기지 대출조건에 미달하는 수준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택 재구입에 대한 희망을 품고 크레딧 점수 개선에 부지런히 노력하는 경우 이르면 2년 내에 주택 재구입에 성공하는 사례가 최근 많다.

만약 최근 차압 등으로 집을 처분했다면 리스옵션 계약을 통해 임대기간을 크레딧 점수를 개선하는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새로 시행된 대출 규정에 따라 이제부터는 모기지 대출 신청 때 대출자의 부채비율이 43%를 넘으면 모기지 대출이 불가능하다. 만약 부채비율이 높다고 판단되면 임대기간에 부지런히 부채를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한다.

새 규정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모기지 대출이 힘들어질 전망으로 주택 재구입이 목표라면 임대기간에 새로운 직업을 찾아 모기지 대출 때 필수인 월급명세서를 차곡차곡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래에 자신의 집이 될 곳에서 미리 살아보는 것은 리스옵션 계약 때 덤으로 따라오는 장점이다. 마치 장기간 ‘테스트 드라이빙’하듯 주택 내ㆍ외부를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주택구입 결정에 도움이 된다.

주택시장 침체기 동안 집이 잘 안 팔리자 주택 건설업체들은 리스옵션을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사용하기도 했다. 뉴욕의 한 신규 콘도 분양업체는 당시 계약금을 받지 않고 임대료 전액을 콘도 구입 때 차감해 주는 방식으로 바이어들을 성공리에 모집하기도 했다.


■단점

▲임대료 연체 때 프리미엄 못 받을 수도
만약 임대료를 제 때에 내지 못하거나 임대기간 만료 후 바이어의 사정으로 주택을 구입하지 못할 경우 앞서 지불한 계약금과 그동안 적립해온 렌트 프리미엄을 몽땅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임대료가 밀려 집주인이 강제 퇴거조치를 실시할 경우와 바이어가 주택 구입에 필요한 융자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바이어는 계약서에 만약 융자를 받지 못할 경우 계약금과 프리미엄을 다시 돌려받는다는 조건을 반드시 포함시켜 이같은 불상사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집값 하락 때 둘 다 손해
만약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바이어와 셀러 모두가 동시에 손해를 볼 수 있다. 바이어는 같은 조건의 저렴한 가격대의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셀러와 재협상을 통해 가격을 재조정해 볼 수는 있지만 셀러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역시 계약금과 프리미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셀러 역시 ‘보증수표’와 다름없던 바이어를 잃게 돼 다시 바이어를 찾아야 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차압 때 계약금 날릴 수도
주택차압에 따라 입게 될 피해도 바이어들이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다. 만약 임대기간에 집주인이 주택을 차압당하게 되면 집장만의 꿈에 부풀어있던 바이어들은 빈손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차압방지’를 사칭한 사기도 이같은 피해에 해당한다. 차압을 방지해주는 조건으로 집주인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기단이 바이어들과 리스옵션 계약을 맺고 계약금 등을 챙긴 후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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