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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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도쿄

2014-01-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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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미국 속의 일본, 그 중에서도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이곳 LA에도 재팬타운이 있다. 한국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나라 일본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일본 커뮤니티인 리틀 도쿄가 LA 다운타운 북동쪽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그 리틀 도쿄에 한인의 유입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일본 커뮤니티의 프랜차이즈인 미즈바 마켓을 다운타운의 의류도매업 등으로 성공한 한인 동업자들이 공동으로 구입하여 새롭게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계 일본마켓으로 자리매김하여 운영이 순조롭다는 소식이 한인 커뮤니티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외에 가장 많은 일본계 인구밀집 지역인 가디나 지역은 간판에 일본어가 자주 보이고, 혼다와 도요타의 미국 공급 본사가 들어와 있어서 이런 일본계 지상사들로 인해 식당을 비롯한 소매업이 그런 대로 유지되고 있다.


가디나시의 부동산과 건물은 일본인 소유가 많다. 그것은 가디나시가 일본인들의 대표적인 거주지가 된 원인에 있다.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사회의 일본인에 대한 분노는 몹시 거셌다. 일본계 미국인들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공원의 벚꽃나무가 베어 쓰러지며 일본계가 거주하는 집이나 상점에 돌이 날아드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전쟁 초기의 불리한 전황과 함께 더욱 심화되어 일방적인 분노와 적대감의 표출, 그리고 이에 따른 공포감 조성으로 이어졌다.

진주만 공습 당시에도 미국인들은 현지 일본계 주민들의 동향을 주시하며, 일본계들이 테러활동에 나서며 일본에 동조할 거라고 불안해 하였다. 더군다나 일부 일본계 이민 1세대는 고국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전쟁 중에 고국 일본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을 곳곳에서 행하고 있었다. 덕분에 일본계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고, 그런 이유들로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일본인들을 불러 모았다. 전쟁을 일으킨 적국의 국민이므로 잠재적 간첩으로 여겨 내부적 단속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국에서 살던 일본인들은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가족들과 함께 이곳 가디나의 수용소 안 천막에서 모여 지내야 했다. 물론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의 자녀들도, 미국시민이었지만 모두 그렇게 수용소에 갇혀 살았고 그러는 중에도 전쟁에 자원 입대하여 미국을 위해 싸우기도 하였다. 그 후 종전이 되고 그들은 수용소에서 풀려나고 다시 자리를 잡기 위해, 근처 미국인들 집의 정원사 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새로운 터전이 지금의 가디나이다.

그리고 현재는 많은 일본인들이 가디나와 토랜스를 포함한 사우스베이 지역, 바닷가가 있는 팔로스버디스, 그리고 남쪽으로 어바인 등 여러 지역에 골고루 흩어져 살고 있다.

그러면 하와이의 사탕수수밭 노동이민자로 시작된 일본인의 이민사회의 현재의 모습은 어떨까?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은 사죄의 의미로 벚꽃나무를 미국에 보냈는데 그 나무들이 이제 아름드리가 되어 봄마다 워싱턴 DC에는 벚꽃축제가 벌어진다. 그에 맞추어 언론은 앞을 다투어 일본문화를 소개하고 박물관은 일본문화 기획전을 연다. 저절로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패전국이 아니라 꽃을 사랑하는 평화의 나라가 된다. 이 얼마나 손쉬운 외교인가? 그 뿐인가 미국인들에게 일본은 자연을 사랑하고, 고요한 명상과 세련된 다도를 행하는 심오한 문화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태평양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군은 일본군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투 중에는 여지없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다가, 포로가 되고 나면 자기편을 철저하게 배신하는 일본군의 표변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 국무부는 1944년 여류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에게 일본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한다. 그것이 1946년 책으로 출간되고 서양인들에게 일본을 알리는 대표작 중의 하나로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였던 ‘국화와 칼’이다.


‘국화’는 차 한 잔 마시는 데도 도를 운운하는 일본인의 섬세한 미학적 세계를 상징한다. 반면 ‘칼’은 잔인하게 상대방을 살상하는 야만적 행태를 뜻한다. ‘국화와 칼’이라는 모순된 제목 속에 일본인의 이중성이 잘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제목의 뜻을 조금 자세히 보면 꽃꽂이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꽃인 국화와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는 일본인들을 칼에 비유한 것이다. 일본인들의 국화와도 같은 예의바른 성품 속에 사무라이 정신을 부르짖으며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 왜장도를 들게 된 무서운 성품이 있다는 것을 비유하여 지은 것이며 이를 통해 일본과 일본인의 이중적인 내막을 저자는 전문적인 분석과 해부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학문적으로 일본 문화에 대한 훌륭한 연구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고 일본인들에게도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 미국인들은 도시 어느 곳에서나 정통 일식당에서 신선한 사시미와 스시를 즐길 수 있는 데, 그 중에도 샌프란시스코의 리틀 도쿄가 미국에서 제일 커다란 일본타운이고 IT 기업이 모여 있는 샌호제에 이어 로스앤젤레스에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리틀 도쿄가 자리하고 있는데, 다른 곳보다도 이곳만은 우리 한인들이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사업체를 잘 운영하며 공존하는 모습이 보인다.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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