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년 부동산 시장 핫 뉴스
▶ 일부지역 이상과열 강력 셀러스마켓 숏세일 등 겪은 부메랑 바이어 상승세, 적격 모기지 대출로 내년 큰 변화 예고
올해 주택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의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상반기는 마치 열탕을 연상시킬 만큼 활황장세를 연출한 반면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는 모습이었다. 주택경기가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한해라고 할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처럼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던 올해 주택시장을 되돌아본다.
■매물 품귀현상
올해 초 주택시장은 때 아닌 매물 품귀현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6년 만에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집값이 곧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바이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 매물 품귀현상의 시초다. 사상유례 없는 매물 가뭄현상은 연초를 거치면서 절정을 이뤘다. 집을 찾아달라는 바이어들의 아우성이 대단했지만 씨가 마른 매물 찾기에 혈안인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전국적으로 주택매물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1월 중 남가주의 매물은 전년 대비 무려 40%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인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역에서의 매물 가뭄현상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을 휩쓴 매물 품귀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났다. 집값이 본격 상승하기 전인 연초만 해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주택이 무려 2,000만채에 달했다.
시세가 모기지 원금보다 낮은 깡통주택이 약 1,000만채, 자산 가치가 낮아 깡통주택 돌입 직전인 주택도 무려 약 1,000만채에 달했다. 여기에 부동산 투자기관들이 가격이 낮은 차압매물이나 숏세일 매물을 ‘쌍끌이 어선’식으로 빨아들이며 매물 부족현상을 가중시켰다. 내년에 팔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지금 집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셀러들 사이에서 퍼진 것도 매물 부족현상의 원인이다.
■주택가격 폭등
올해 주택시장의 최대 화두는 주택가격 급등이다. 주택가격 상승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셀러들마저 반신반의 할 정도였다.
매물 부족현상으로 촉발된 주택가격 급등현상에 바이어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져 일부 지역에서는 다시 ‘묻지마’식 주택구입 열풍이 불기도 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강한 자신감을 얻은 셀러들은 시세와는 아랑곳없는 가격에 집을 내놓기 시작하며 주택가격을 더욱 끌어올렸다.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S&P 케이스-실러지수는 지난 9월 7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약 13.3% (연간 대비) 상승했다. 부동산 업체 프랭크 나이트의 조사에서도 전국 주택가격은 12개월 동안(9월 기준) 약 11.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주로 주택시장 침체가 심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폭등현상이 뚜렷했는데 라스베가스의 집값은 1년 새 무려 30%나 급등했다.
가주의 주택가격 역시 불과 1년 만에 약 28%나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내년에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일 전망이다. 주택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내년도 주택가격 상승폭은 약 4~6%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내년도 주택공급 물량은 신규주택 포함 약 250만채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모기지 초저금리 종지부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가 올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방 정부의 강력한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한동안 3%대(30년 만기)를 유지해 오던 모기지 금리는 지난 6월을 전후로 4%대 진입했다. 향후 모기지 금리 상승도 역시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금리는 5%대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올 초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3%대를 유지했던 모기지 금리가 6월 말을 기점으로 4%대(30년 만기 고정)에 돌입했다. 6월 말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모기지 금리는 불과 한 주만에 0.5%포인트 급등, 4%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모기지 금리는 매주 소폭의 등락을 거듭 중이지만 연말 현재 4%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기지 초저금리 시대는 이미 저물어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대 금리는 앞으로 더 이상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강력 셀러스 마켓
매물 부족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주택시장 침체 직전을 방불케 하는 ‘초강력’ 셀러스 마켓 현상이 재현됐다.
셀러의 무리한 요구에도 꽉 막힌 주택 공급줄을 잡기 위해 기어코 집을 사겠다는 바이어는 오히려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집을 보려면 먼저 오퍼를 써내야 하는가 하면 오픈하우스에 너무 많은 바이어들이 몰려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세를 초과하는 가격에 집을 내놓는 셀러가 대부분이어서 거래가와 감정가 간의 차액은 얼마가 됐든 간에 바이어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을 내놓은지 불과 수시간 만에 수십건에 달하는 오퍼가 제출되는가 하면 전액 현금 구입인 ‘캐시오퍼’가 대세를 이룬 한해다.
그러나 이상 과열현상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부터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주택가격 급등과 모기지 금리 상승전망으로 관망모드로 전환한 바이어가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 현재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주택 매기가 내년 초 다시 돌아오느냐가 주택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 ‘부메랑’ 바이어 속속 복귀
차압, 숏세일, 개인파산 등의 이유로 주택을 급처분한 뒤 다시 주택구입에 나서는 ‘부메랑 바이어’가 올 한해 꾸준히 늘었다. 올 초부터 주택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기 시작한 부메랑 바이어는 차압률이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주택구입에 나섰다. 차압이나 숏세일 후 이르면 2년 내에 모기지 대출조건을 갖출 수 있고 대개 3~5년이 지나면 정부 보증의 대출도 받을 수 있는데 올해부터 이같은 조건을 갖춘 부메랑 바이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가주 지역에서 부메랑 바이어들의 주택구입 비율이 높았다. 차압률이 비교적 높았던 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지역에서 올 상반기 매매된 주택 중 약 4%가 부메랑 바이어들에게 팔렸고 LA 카운티의 부메랑 바이어 주택구입 비율은 약 3.7%로 전국에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올해 부메랑 바이어들의 주택구입이 급증한 이유는 올해를 기점으로 모기지 대출승인 ‘유예’ 기간이 끝난 주택 차압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FHA의 경우 차압 완료 후 이르면 3년 내에 다시 FHA 융자 승인자격을 인정하고 있고 기타 정부 보증 모기지 대출은 5~7년이 지나면 대출 승인자격을 주고 있다.
2007년 9월~2010년 8월 사이 차압이나 숏세일로 집을 급처분해야 했던 주택 소유주는 약 430만명으로 올해부터 모기지 대출자격을 회복했다. ‘주택도시개발국’(HUD)은 올해 8월 차압주택 소유주들의 FHA 융자 유예기간을 현재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부메랑 바이어들의 주택구입 활동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적격 모기지 대출규정’(QMR) 발표
내년 주택 융자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적격 모기지 대출 규정이 1월에 발표됐다. 서브 프라임 사태의 주범인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새 규정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심사 때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반드시 검증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내년 1월10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초 새 규정의 상세한 내용이 업계에 소개된 것이다.
대출 상환능력 검증을 위해 은행 측은 대출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철저히 따지게 된다. 모기지 페이먼트 포함, 부채 비율이 43%가 넘으면 대출 승인을 받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새 규정의 주된 내용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