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당하게 빈둥거리기

2013-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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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전윤재 / 주부

나는 하루 중 아침 9시가 가장 기다려진다. 가족들이 모두 자신의 일과를 위해 외출한 후 혼자 집에 있게 되는 시간인데, 내겐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이 자리 저 자리를 배회하며 책을 읽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있거나, 창밖을 바라본다.

근면과 성실이 한국인의 대표적 성품으로 꼽힐 만큼 우리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꾸준하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시간낭비와 게으름은 꺼려지는 단어이고, 때로는 이 단어들이 죄악시 취급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빡빡한 일정을 살아보면 결국에는 피곤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빈둥거리는 동안, 아무 성과도 없어 보이는 그 시간동안 내 안에서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다. 충전과 휴식, 정리와 안정, 회복과 안식 등이 그것들인데, 효율성과 생산성 못지않게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빈둥거리는 시간동안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은 미미해 보일지라도 분명히 내적으로는 값진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삶의 자유함을 위해서는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잠시 빈둥거리는 시간을 통해 자유함이 회복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아깝게 여기기보다는 당당하게 그 시간을 즐기고 일부러라도 시간을 할애해 지켜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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