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커플 라이언 오닐 “친구 워홀에게 받았다”
▶ 텍사스대 “포셋 컬렉션 모두 우리한테 기증”
라이언 오닐과 파라 포셋의 1989년 모습. 두사람은 30년 동안 굴곡 많은 관계를 가졌다.
앤디 워홀이 그린 파라 포셋의 실크스크린 초상화. 평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차분하고 사색적인 표정이 매혹적이다.
앤디 워홀이 그린 여배우 파라 포셋(1947-2009) 초상화의 소유권을 놓고 라이언 오닐과 텍사스 대학 간에 법정싸움이 벌어져 할리웃과 미술계가 떠들썩하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워홀은 1980년 포셋의 실크스크린 초상화를 2점 그렸는데 하나는 오닐의 말리부 저택 침실 머리맡에 걸려 있고, 다른 하나는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이 소유하고 있다. 분쟁은 텍사스 대학이 오닐의 집에 있는 것마저 대학 소유라고 제소한 데서 빚어졌다. 포셋이 죽을 때 그녀의 아트 컬렉션을 모두 대학에 기증했으니 그 그림도 자기네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닐은 그림은 워홀이 직접 선물한 것이며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3주 동안의 법정 공방이 끝나고 배심원 평결만 앞두고 있는 이 사건의 전말을 LA타임스의 보도에 의거해 알아보자.
파라 포셋과 라이언 오닐은 1979년 둘다 배우로서 최정상에 올랐을 때 만났다. 오닐은 ‘러브스토리’의 히트로 최고 스타덤에 올라 있었고, 텍사스 대학을 다니다가 배우가 된 포셋도 ‘찰리스 앤젤’로 인기가 급부상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당시 리 메이저스와 결혼한 상태였다.
이후 두 사람은 한 번도 결혼한 적은 없지만 오랫동안 할리웃에서 골든 커플로 인정받았고 아들도 낳았으며, 30년 동안 헤어졌다 합쳤다를 계속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훗날 두 사람 모두 암 판정(2001년 오닐은 백혈병, 2006년 포셋은 항문암)을 받으면서 화해했으며 2001년부터 포셋이 죽을 때까지 8년 동안 함께 살았다.
젊었을 때 오닐은 앤디 워홀의 친구였고 그의 별장에도 찾아가곤 했다. 오닐에 따르면 1980년 워홀이 포셋에게 ABC ‘20/20’ 인터뷰에 사용할 초상화를 그려줄 테니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림은 두 사람에게 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오닐은 포셋과 함께 뉴욕의 워홀 스튜디오에 갔다. 딸 테이텀도 동행했다.
“거기엔 이젤도, 페인트도 없었고, 단지 이상하게 생긴 폴라로이드 카메라만 있었다. 그녀는 계속 돌며 포즈를 취했고 그는 계속 찍었다. 한 25장정도 찍었을까, 그녀가 머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도 걸리지 않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갔을 때 워홀은 아주 비슷한 2점의 그림을 갖고 나와 두 사람에게 하나씩 안겨주었다. “난 내것이 더 좋아”라고 농담했다고 오닐은 전한다.
쟁점은 여기서부터다. 텍사스 대학은 두 점 모두 포셋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피츠버그의 앤디 워홀 뮤지엄에서 2개 초상화가 전시됐을 때 포셋이 소유주로 서명했다는 서류를 들고 있다. 또한 대학 측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후에 나빠졌다는 점도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은 포셋이 생전에 친구들에게 “하나는 라이언 것이고 하나는 내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녀의 전 간호사 역시 포셋이 분명하게 워홀의 초상화 하나는 오닐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40X40 인치 크기의 초상화는 생전의 파라 포셋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표정을 담았다. 곱슬곱슬한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활짝 웃는 섹스 심벌의 얼굴이 아니라 어딘지 사색적이고 진지한 얼굴을 보여준다. 파란 눈동자와 붉은 입술만 컬러 처리한 것도 평소 화려한 파라 포셋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대학은 이 초상화의 가격이 1,200만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닐의 변호인단은 터무니없다며 감정가는 8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오닐은 돈 얘기가 오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역겹고 창피한 일”이라며 “그것은 내 인생과 우리 아들의 인생에서 그녀의 현존이다. 우린 그녀를 잃었는데 그것마저 잃는 것은 범죄와도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 3주 동안 계속된 법정 공방에서 증언대에 오른 사람은 아들 레드몬드 오닐로부터 포셋과 함께 ‘찰리스 앤젤’에 출연했던 배우 재클린 스미스, 포셋의 친구들 및 대학시절 보이프렌드, 오래 전 해고된 개인비서, 간호사, ‘파라를 쫓아서’란 리얼리티 시리즈를 제작했던 프로듀서까지 모두 불려나와 두 사람의 과거를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으며 지나간 망령을 불러내 어글리한 상황도 연출했다.
여자 6명 남자 6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할리웃과 미술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