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를 위해서 종은 울리나?

2013-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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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박평일 / 버지니아

드디어 숲 속에 첫눈이 내렸다. 세상이 온통 가난한 마음으로 하얗게 설렌다. 나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17세기 영국시인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해서 종은 울리나’를 읽곤 한다. 이 시는 나의 크리스마스 스피릿이기도 하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구라파는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존 던의 종소리는 2,000년 전 한 가난한 이스라엘 목동이 새벽이슬에 젖은 초원의 별빛 아래서 들었던 천사들의 노랫소리였다. 나도 한 때 별빛 찬란한 밤하늘로부터 천국의 메아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누군가와 내 가난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럴 때면 난로도 없는 차가운 교실에서 두 손을 호호 불며 12가지색 크레용으로 예쁜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 내 마음을 담았다. 또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화로 주위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둘러 앉아 꺼져가는 화롯불에 구워낸 고구마를 함께 먹으며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때 내가 들었던 교회의 종소리는 분명 모두를 위한 평화의 종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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