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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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연결

2013-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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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사람을 뜻하는 한자어의 인간이라는 단어의 ‘인’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의지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가 유지될 수 있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우리들은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얘기를 나누지만 시간이 지나고 헤어지면 대부분 서로를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아마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 중 거의 모든 사람들과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물론 가족이나 동창, 친척 혹은 고향친지 등과 같은 끈끈하고 강한 연결을 가진 관계도 있다. 과거에는 이렇게 강한 연결을 가진사람들끼리만 서로 함께 지내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인간관계의 모습이었고,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 까닭은 물리적으로 좁은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부대끼며 그런 ‘강한 결속’ 관계를 형성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여행을 자주하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교류를 하며 살기 시작하게 되었고, 더욱이 최근에는 의사소통 수단이 급속도록 발전하여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넓게 알게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 영향으로 이제는 서로 아주 가깝지는 않아도 교제를 하게 되는 ‘약한 결속’의관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각 개인의 관계에서 약한 연결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인간 사이의 연결된 관계를 보면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 사이도 있고 그저 겉모습만 조금 알게 되고 마는 약한 관계도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이런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강한 결속만이 개인이나 기업의 성공조건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아무래도 강한 연결고리로 이어진 인간관계는 지속적으로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므로 깊은 지지와 도움, 나눔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배타적인 강한 연결이 개인과 기업에게 외부 세계의 새로운 기회를 차단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사람들에게서 업무적으로 큰 도움을 받는 예가 줄어든다고 한다. 아마도 가까운 사이에서 서로와의 관계가 이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형태로 흘러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히려, 약한 연결고리를 가진 사람들과 교제를 하다 보면 우연히 외부세계의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접하게 해주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 갑자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그냥 알고 지내거나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친한 친구나 친척보다 오히려 더 우리의 삶을 흥미진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약한 연결은 일시적으로 관계하므로 깊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단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서로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을 폭넓게 만날 수 있어서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폭넓은 교제는 다른 그룹에 속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개인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도 매우 유용한면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 사이의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은 기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제는 가볍게 알고 지내는 사람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자리에선가 잠깐 만났던 사람들도 물론이고 특히 과거의 지인들과 연락을 끊지 말아야함은 필수이다.


기회가 되면 먼저 도와주는 여유가 있어야하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지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약한 연결이 삶을 더 부드럽고 행복하게 만드는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하니 실천에 옮겨야 하겠다. 특별히 가깝지는 않은 사이였어도 풍부한 약한 연결을 기반으로 튼튼한 네트웍을 구축해 놓으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서 어느 날 그것도 갑자기 큰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약한 관계는 친한 사람이 몇명인가 하는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약한 연결의 네트웍은 단순히 성격이 활발해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주 조용조용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관계 형성을 잘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므로 사람 사이의 교제에서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직업과 사회생활 그리고 성격에 따라 적절히 비중을 두면 좋을 듯하다.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새 사람을 사귄다는 것이 어려워진다.

사람 사귀는 것의 어려움에서 문제가 덜생기려면 우선 심리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즐거움의 방향 즉 취미생활이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단체 활동이 필요할지, 또 주위에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은지를 우선 생각해 보라고 한다. 끈끈한 ‘정’으로 이루어지던 강한 연결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대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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