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2013-10-16 (수) 12:00:00
돌바람이 오소소 불었습니다
바람길 트느라
듬성듬성 쌓아올린 제주 현무암 검은 돌
제 갈 길 가도록 숭숭 뚫린 담장
돌 틈이 내어준 길 따라간 바람은 바다의 등을 토닥거렸습니다
밭 울타리 촉촉한 담쟁이도,
버짐처럼 번진 마른 이끼도,
세월만큼 엉겨
거친 바닷바람 휘몰아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가두지 말아야 하는데
빗장 질러놓고
틈새 없이 쌓아놓기만 한 후미진 생의 울타리
이리저리 허둥대다 와르르 무너져 내린 내 안의 돌담
흩어진 돌 조각마다 희미하게 새겨진 때 묻은 내력들
내 숨죽인 비명과 말라버린 울음이
돌 사이 비집고 스며 나왔습니다
샛바람 짓치는 돌담 구멍으로 바라보는
빈 들판은 참 넉넉하고 고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