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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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LI 사우스사이드고교 11학년 이송희 양

2013-10-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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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투병 지켜보며 오히려 희망 배웠죠”

“10월20일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모두 함께 행진해요. 환자는 물론 환자의 가족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거든요.”

이송희(16·사진)양은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존스비치에서 열리는 ‘유방암 걷기 대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롱아일랜드 락빌센터 소재 사우스사이드고교에 재학 중인 이양이 이처럼 유방암 환자들에 관심을 갖는 건 지난해 유방암을 완치한 엄마 때문이다.

“지난해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혹시라도 엄마가 잘못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힘들었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도 많았어요.”엄마의 투병소식은 자연스럽게 이양이 친구들과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친구들에게 엄마의 투병소식을 알리는 게 싫었다고 한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동정 받는 게 싫었고, 또 사람들이 다른 눈으로 이양을 바라보는 게 편치 않을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올해 엄마는 성공적인 수술을 통해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이양에겐 이런 좋은 소식조차 남들에겐 ‘비밀’이었다.

이랬던 이양이 확 변한 건 미주한인청소년재단(KAYF)이 주관하는 리더십 프로그램 와플(WAFL)을 통해 듣게 된 ‘강연’ 때문이었다.

이양은 “당시 강사로 나선 분이 우리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라’, ‘편안한 지금의 상황에서 탈피해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는 말을 했다”며 “이 말에 큰 감명을 받아 엄마의 투병을 통해 얻은 경험들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양은 곧바로 ‘유방암 걷기 대회’에 엄마를 위한 팀을 조직해 참가하기로 결심,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일 먼저 평소 이양과 친했던 친구 5명이 흔쾌히 나서줘 일은 순조롭게 시작됐다. 이어 학교 내 ‘유방암 예방 클럽’에까지 이양의 사연이 전해져 클럽 조직원 20여명 또한 대회에 합류하겠다고 전해와 규모가 더욱 커졌다.

‘유방암 걷기 대회’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걷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유방암 환자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과, 그 가족들에게 든든한 힘이 돼 주는 사람이 이처럼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게 주요 목적이다. 엄마를 위한 팀원을 조직한 이양 역시 이번 걷기대회를 통해 암을 이겨낸 엄마를 축하하고, 엄마와 함께 한 가족 구성원과 친구, 친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이양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누군가를 돕고, 또 힘이 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훗날 선생님이 돼 이후 자라날 아이들의 진정한 멘토가 되고 싶다”고도 고백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큰일을 겪은 것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봐요. 아마도 나처럼 어려움에 처하거나, 힘들고,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위로자가 되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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