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나들이 중국인

2013-10-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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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오래만의 고국 나들이다. 그래서 흥분이 쌓였나. 어쨌든 이제는 낯설기만 하다. 그런 곳에서의 밤이어서 그런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저래 어렵게 겨우 든 잠이었다. 그런데 한 밤중에 훤소(喧騷)음이다. 도대체 몇 시인가. 새벽 2시가 넘어 3시를 향해가고 있다. 그 떠드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억양으로 보아 중국어 같다. 결국 꼬박 새다시피 했다.”일주일이 넘게 이어지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가 15만에 달했다고 한다. 그 시즌에 마침 한국을 방문한 미주 한인이 전하는 이야기다.

호텔방 잡기가 별 따기였다. 어렵게 얻어 걸린 방은 강남의 한 5성급 호텔이었다. 로비에서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이었다.


그런데 그 매너가 말이 아니었다. 시끄럽게 떼를 지어 다니는 건 보통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한 밤중의 추태. 밤 1시, 2시가 넘었다. 그런데도 객실 복도에서도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 그 대륙스타일의 비례에 아예 기가 질릴 정도라고 했다.

한국만이 아닌 모양이다. 뉴욕에서, 파리에서, 싱가포르에서, 그리고 저 멀리 뉴질랜드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중국인들의 그 무례를 참지 못하겠다는 거다.

루브르궁 분수대에서 발을 씻는다. 독일의 한 호텔에서는 식사 중 하도 떠들어 호텔 측이 나서 식사 중 떠들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뉴욕에서는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 동상의 목 위에 올라타고 사진을 찍는다.

‘어글리 차이니즈’의 모습에 지구촌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다. 문득 한 모습이 연상지어 진다. 1990년대, 그러니까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보통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에 나서기 시작한 그 무렵의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이다.

“그들은 괄괄하고 촌스러웠다. 해외문화에 둔감할 뿐 아니라 매너까지 형편없었다. 실례의 말이지만 외모도 볼품이 없었다.” 오래 동안 서울 특파원을 지낸 한 외국기자의 눈에 비친 ‘90년 대 어글리 코리언’의 모습이다.

이 벽안의 기자는 그러나 그 ‘어글리 코리언’ 예찬자가 된다. 거칠고 촌스럽다. 그렇지만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을 일으켰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룩한 것도 바로 그들이다.

피, 땀, 눈물, 그리고 자기희생으로 평생을 지낸 온 90년대 한국의 보통 아저씨와 아줌마들. 그들이야 말로 근세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찬사다.

1억에 가깝다고 한다. 그 엄청난 수자의 중국인들이 해외나들이에 나선다. 그들은 한국에서, 미국에서, 유럽에서 또 뉴질랜드에서 무엇을 보고 돌아갈까. 오직 명품뿐일까. 서구 사회 특유의 개방성, 서비스 마인드 등에도 눈을 뜨지 않을까.

이제 시작된 중국인들의 해외 나들이. 그 인간 대이동을 좀 더 긴 안목에서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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