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백만 달러의 사나이

2013-10-05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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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웅기 치과의사 CNO마라톤클럽 고문

얼마전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귀에 익은 목소리라 유심히 보니 그는 리 메이저스(Lee Majors)였다. 리 메이저스는 80년 초반 한 테스트 파일럿이 비행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 6백만 달러를 들여서 바이오닉 수퍼인간을 만든 것을 바탕으로 한 히트 시리즈 ‘6백만 달러의 사나이(Six Million dollar Man)’의 주인공이자, 그 당시 섹스 심볼 이었던 파라 포세트(Farrah Fawcett)의 남편으로 본인을 비롯해 많은 남성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했던 배우였다. 그런 남성 중의 남성인 리 메이저스도 결국 세월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보고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내에서 세미나와 여행을 일 년에 여러 번해서 비행기는 자주 탔지만, 오랜만에 15시간 이란 긴 시간을 비행하니 지루하기도 하지만, 중간 좌석에 앉아서 자주 일어날 수도 없고 꼼짝못하고 장시간을 앉아있으니, 삭신이 쑤시고 마라톤을 뛰는 것 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한국에 도착하여 호텔에 체크 인 하고 잠을 청하였지만, 시차가 바뀌어서 동이 틀 때까지 잠이 들지 않아, 2-3시간 정도 자다 깨다 하다가 바깥이 훤해지자마자 호텔 밖으로 뛰쳐나와,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 오랜만에 조국에 와서 뛰는 것이 감회가 새롭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뛸 수 있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6-7마일을 뛰고 땀을 뻘뻘 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출근하는 차들이 빽빽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무한한 행복감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15시간 비행, 2-3시간 수면하고 이렇게 건강하게 몇 마일을 뛸 수 있는 이 순간은 내 자신이 6백만 달러의 사나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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