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객의 집을 팔아드리면서 매매 계약서 문서상의작은 체크표 마크를 실수로 보지 못하고 놓쳐버려 그 비용을에이전트인 필자가 고스란히 바이어에게 물어준 사건이 있어났다. 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고칼럼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런 일 일수록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는 것도 나쁘지않고 독자들이나 타 에이전트들에게도 타산지석의 효과가 있을것으로 믿어 마지않아 감히 칼럼란에 올려 드린다.
모든 에스크로가 끝이 나고 집주인으로부터키와 차고 리모컨 등을 인수받아 바이어에게전하기 위해서 약속된 시간에 바이어와 집에서만나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 5분이 지나 바이어 일행이 도착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안내하고 키를 인계하고 홀가분한 마음을 집을 떠나려고 하던 찰나, 바이어가 하는 말이 "어! 냉장고는 어디 있어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섬뜩 들기 시작했다. 아, 뭔가잘못되었구나.
바이어의 이야기인 즉은, 오퍼에 냉장고를 포함시켰다. 그래서 내내 냉장고가 포함되어 있는걸로 생각했고, 당연히 냉장고가 집에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인이 가지고 갔으니이걸 어떡하나. 빨리 주인에게 연락해서 냉장고를 다시 원 위치시켜 두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냉장고에 대해 바이어 에이전트로부터 단 한 마디도 들은 적이 없다. 인스펙션내내 그리고 두세 번 여러 가지 집안 첵업 때문에 그쪽 에이전트를 만났지만 냉장고 이야기는한 마디도 없었다. 그래서 당장 그쪽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소리냐? 뜬금없이 냉장고라니, 셀러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랬더니, 바이어 에이전트가 하는 이야기가,매매계약서 세 번째 페이지 제일 마지막 줄, 마지막 끝부분에 refrigerator 해서 네모칸에 마크한 부분이 안 보이느냐? 그 부분에 체크표를 해두었지 않느냐? 체크표 해두었으니 냉장고가 포함이 된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사무실로 돌아와서 매매 계약서를 다시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분에 체크표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매매 계약서가 바이어와 바이어의 에이전트 간에팩스로 왔다 갔다 하고 그 계약서 그대로 필자에게 팩스로 왔었으니 그 사이에 모든 글자가 많이 희미해 져있고 그 체크표조차 희미해서눈 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체크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내가 그것을 못본 것이 틀림없었다.
꼼꼼하게 일처리 하기로 스스로 자부하던 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땅을 치고후회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명백히 그 체크표를 놓쳐버린 나의 실수가 분명했다. 물론 오퍼를 셀러가 사인을 했지만 모든설명과 안내를 에이전트인 내가 셀러에게 했고,그에 따라 진행을 했으므로 모든 에스크로와 매매의 진행은 에이전트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함이마땅했다. 셀러에게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고 제가 책임을 지고 정리하겠다고 알려 드리고 바이어에게 그 냉장고와 동일한 냉장고 비용을 필자가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 후 며칠 뒤 마이애미에서 방문 온 친구부부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하다가 이 냉장고 사건을 안주삼아 이야기했더니만, 그 부부의 이야기는, 마이애미에서는 에이전트가 없고 변호사가 중간에 일을 처리한다.
그래서 셀러가 사인을 했으면 셀러의 책임져야지 왜 에이전트가 그 비용을 대신 물어주느냐?그건 한국식 업무처리 방식이고 잘못된 것 아니냐? 그래서 내가 이곳 캘리포니아 LA의 매매처리 방식을 설명해 주었다그쪽 마이애미 혹은 미 동부 쪽은 변호사가부동산 에이전트 일을 대신한다. 에이전트와 변호사의 차이가 뭔지 아느냐? 변호사는 중간에서획일적,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그러니 당연히 변호사의 책임은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에 비해 에이전트란 무엇이냐? 고객의 일을대신하여 처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의 업무 전반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 일을 책임지고 처리해 주어야 하는 것이에이전트의 일이다. 에이전트는 자기의 고객에대해 선의의 책임, 최상의 진실성, 정직과 충정으로 셀러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계약서에 이렇게 나와 있다. Seller’s Agent hasA fiduciary duty of utmost care, integrity, honestyand loyalty in dealings with the Seller. 그래서 작은 실수라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에이전트의 책임은 에이전트가 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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