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문희씨가 활판인쇄 시선집 ‘당신에게 가는 길’(사진·도서출판 시월)을 펴냈다.
활판시집이란 납활자를 한지에 눌러 찍어내는 공방식 인쇄기법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제본하여 한정본 1,000권만 만들어내는 특별한 시집이다. 납활자 하나하나를 골라 판을 짜고, 종이를 눌러 글을 찍어낸 후 종이를 접고 풀칠해 완성하는 100% 수공예 공정을 거치는데 전주의령 한지를 사용하여 찍어내기 때문에 500~1,000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시집에는 권마다 에디션 번호가 붙어 있고, 한 권을 증정할 때마다 시인이 손으로 직접 쓴 글과 사인이 들어가도록 제작돼 있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 시집인 셈이다.
활판시집은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출판도시 활판공방’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만들고 있는데 2008년 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찍기 시작해 100권 한정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서 활판 시선집을 낸 시인은 작고한 박목월, 서정주, 이육사를 비롯 김종해 이근배 허영자 정진규 오세영 김남조 신달자 나태주 이길원 등이 있으며 해외 시인으로는 김문희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김 시인은 책머리에서 “2011년 여름 해변문학제에 초청강사로 온 문정희 시인이 시집 한 권을 선물로 가져 왔습니다. 한눈에 반해버린 멋진 시집은 한지에 활판인쇄로 한자 한자 찍어서 제작한 시선집이었습니다. 그 후 출판단지에 있는 시월사를 방문했을 때 박건한 선생은 직접 제작과정을 설명해 주어 나를 설레게 했지요. 마치 보물단지를 가슴에 안은 심정으로 밤을 설쳤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그 후 6개월 만에 자신의 보물단지를 품에 안은 김 시인은 “출판비용이 너무 높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영구 보존판이라 이제껏 출간한 5권의 시집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제1부 이민의 삶, 먼 곳에서, 제2부 가을에서 겨울 맛보기, 제3부 세계는 아름답다, 제4부 어머니의 강, 제5부 나무의 삶, 제6부 씨앗으로 남아 등 92편의 시를 수록했다.
김문희 시인은 10월5일 문학의 집·서울에서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어 9~11일 열리는 제2회 부산국제문학제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