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책과 아침기도

2013-08-2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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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가/ 수필가>)

굳이 합천 해인사나 해남 대흥사를 찾을 필요도 없고 부러워할 이유도 없다. 항상 숲 속에서 신록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는 이른 아침 출근하는 딸애를 맨하탄으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와서 곧장 산책길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가 사는 이곳 ‘파라무스’는 우람한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고 길가에 나무들이 고르게 서 있어서 이 길을 걷노라면 숲속을 거닌 것과 흡사하다. 비온 후의 신록은 한층 더 신선하고 깨끗하며 생기 있는 듯하다.


지난겨울 앙상했던 가지가 추워 보였고, 퍽 측은해 보였다. 그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더니 날마다 자라면서 무성해지고, 어느덧 가지들의 나뭇잎들이 연초록에서 진한 초록색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신록세상이다.

내 머리 위에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나는 이런 때에 나의 마음속의 상극과 갈등을 극복하고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 까지 높여지고, 문자 그대로 무장무애 무념무상의 세계에서 신록과 주객이 일체되는 느낌을 맛본다. 정말 마음의 평강이라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 곳 저 곳에서 물난리 가뭄 지진 산의 불, 특히 한국에서는 섭씨 35도를 웃돌며 사람의 체온인 36.5도를 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곳곳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전력수급 관심 경보’가 발령되는 이때에 미국 동북부 내가 사는 이곳은 비가 오고 나면 해가 뜨고 또 적당히 비가 뿌려주고 기온도 화씨 90도를 넘는 때가 많지 않아 날마다 이렇게 산책을 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 속에서의 여호와는 이해하기 쉽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셨고 그 백성을 40년간 광야 생활을 하도록 하셨으며, 애굽에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의 모든 기적 (바로 왕의 10가지 재앙, 유월절, 홍해를 건너는 일, 바위에서 물이 흘러 갈증을 해소함, 밤에는 불기둥, 낮에는 구름기둥, 만나 등)이 다 이해된다. 그리고 그들이 편안해지면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다가 하나님께 혼나고 다시 돌아오는 반복의 역사를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하나님의 참 뜻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기도를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듯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무릇 지킬 만한 것 가운데 내 마음을 지키게 하옵시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게 마시고 초심을 잃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진리가 비 진리를 이기게 하시고 선이 악을 지배하게 하옵소서”.

또 곧 이어서 3000년 전의 야베스의 기도로 들어간다. “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역대상 4:9~10)

이 기도의 “나”에 내 자녀를 대입시키고, 우리 교회 성도님들을 하나하나 다 그곳에 대입시켜서 이 기도가 다 끝나면 30분 동안의 내 산책의 길도 끝이 난다. 나의 산책시간은 아침기도 시간이기도 하다. 날마다 드리는 이 기도에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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