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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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인데 안 팔리는 집, 이유가 있다

2013-08-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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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워진 주택시장 셀러들의 전략

▶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높은 가격 입지조건 안 좋다면 값 내리는 길뿐 셀러-에이전트 간 의사소통도 중요

호황인데 안 팔리는 집, 이유가 있다

집이 안 팔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과대평가된 가격’이다.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 높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높다.

집을 내놓았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가 없다면 셀러는 초조해지게 마련이다.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사상 최고조인 요즘 별 반응이 없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집이 팔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택경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집은 바이어들로부터 외면대상 1순위다. 그렇다면 가격을 시세에 맞춰서 내놓았거나 오히려 낮게 내놓았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가격만 낮추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아야 집을 파는 일이 수월해 진다.

■호황이라도 다 팔리는 것 아냐

주택시장이 뜨겁다고들 여기저기서 난리다. 집을 내놓기 무섭게 팔리고 그것도 높은 가격에 팔리는 집이 대다수다. 집을 내놓은지 일주일 만에 팔았다, 오퍼가 20건이나 제출됐다는 등 주택시장의 열기를 대변해 주는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쉽게 들린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주택시장에 나온 집이 모두 다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말 그대로 한 달 내에 쉽게 팔리지만 한두 달이 지나도 팔리지 않고 매물로 남아 있는 집도 수두룩하다.

주택시장이 ‘핫’하다는 요즘, 매물이 주택시장에 대기하는 기간은 약 2개월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최근 매매 속도대로 모두 소진되려면 약 2개월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주택시장에 나온 매물 중 절반은 대략 한 달 안에 매매되지만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새 주인’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라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따라서 아무리 주택경기가 좋다고 해도 한 달 안에 집을 팔려면 가격이나 건물조건 등에서 상위 절반에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입지조건 불리, 가격조정이 방법

부동산 에이전트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란 말은 잘 알려져 있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입지조건을 뜻하는 ‘로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같은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해 사용한 것을 보면 부동산 매매 때 입지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잘 설명된다.

집을 팔 때도 입지조건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입지조건이 우수하게 여겨지는 매물은 웃돈까지 받으며 팔리는 반면 입지조건이 불리한 주택은 주택 판매 때 제값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 쉽다. 입지조건이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단어의 뜻 그대로 건물이 위치한 조건에 따라 입지조건이 좌우된다. 예를 들어 교통량이 많은 대로변에 위치한 주택보다 ‘막다른 길’(cul-de-sac)에 위치한 주택이 많이 선호된다. 차량 통행이 적어 안전하고 소음도 적기 때문이다. 여러 채의 유닛이 모여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콘도미니엄이나 타운하우스 단지 내에서도 입지조건이 크게 차이가 난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중간에 낀 유닛보다 건물 끝에 위치한 유닛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처럼 주택 건물의 위치조건 외에도 주변 환경에 의해서도 입지조건의 우수성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학군이 뛰어난 지역이나 범죄율이 낮은 지역, 또는 샤핑센터나 병원 등 편의시설과의 연결성이 좋은 곳에 위치한 매물이 판매도 수월하다.

반면 여러 입지조건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성상 항상 매물량이 많은 경우 주택 판매가 쉽지 않겠다. 이같은 입지조건은 셀러의 의지나 리스팅 에이전트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점이 아니다. 리스팅 가격을 통해서만 판매 경쟁력을 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고집불통 셀러도 문제

주택거래 때 셀러의 입김이 센 시기다. 셀러의 적당한 의견 제시는 필요하지만 주택거래를 좌우 할 정도로 강한 의지는 도리어 화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셀러와 리스팅 에이전트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에도 주택매매가 산으로 가기 일쑤다.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주택판매 권한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 홍보나 집을 보여주는 절차까지 일일이 간섭하려는 셀러는 주택판매의 적이다. 또 리스팅 에이전트의 제안이나 충고에 아예 귀를 막아버린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일단 집을 팔려고 결심한 순간부터 가능한 많은 바이어들에게 집을 공개해야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일부 셀러는 사전 약속을 한 바이어에게만 집을 보여주거나, 리스팅 에이전트가 반드시 바이어 에이전트와 바이어를 대동해 집을 보여 주라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달기도 한다. 나름대로 안전을 고려한 요구겠지만 매물공개를 제한할수록 매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 쉽다.

■홍보 역량 미달 에이전트

리스팅을 단순히 MLS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집이 팔리는 시대는 지난 지 한참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들 간의 리스팅 정보검색 사이트인 MLS를 통한 주택매매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비율이 점차 줄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통한 인터넷 사용도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매물 홍보수단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주택판매 권한을 일임 받은 리스팅 에이전트가 최신 매물 홍보수단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주택판매가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광고의 기본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최대한 노출시켜야 하는 것처럼 매물도 잠재 바이어들에게 최대한 노출돼야 판매가 수월해진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아날로그식 홍보수단을 포함, 5가지 홍보요소가 리스팅 에이전트들에게 흔히 강조된다. 인쇄물을 의미하는 ‘프린트’로부터 ‘웹, 소셜 네트워킹, 비디오, 모빌’ 등 첨단수단을 최대한 활용, 매물홍보에 나서야 주택판매 지연을 막을 수 있다.

■ ‘오버 프라이스’가 가장 큰 문제

주택시장이 바이어들로 넘쳐나도 집이 팔리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오버 프라이스’(Overprice)다.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지역별로 항상 시세가 형성되게 마련인데 시세보다 높게 나온 집은 아무래도 주택판매 시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오버 프라이스된 매물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셀러에게 잘못된 시세정보를 제공했거나 셀러가 리스팅 가격을 막무가내로 정하려고 할 때다.

시세정보는 대개 이미 매매된 주택의 가격을 바탕으로 수집되고 주택매매 정보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되기 때문에 리스팅 에이전트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도 셀러가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셀러가 시세가 형성되는 절차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리스팅 에이전트의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셀러스 마켓이지만 주택시세는 셀러가 아니라 바이어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경제상황에 따라 주가가 투자자들의 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주택시세 역시 바이어들의 오퍼가격 수준에서 결정된다.

주택 경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서 셀러가 부르는 대로 주택시세가 결정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다. 만약 리스팅 가격에 대한 셀러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리스팅 에이전트는 리스팅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몇 가지 전략을 활용해야 주택판매 지연을 막을 수 있다.

바이어들의 주택구매 활동이 매우 활발한 점을 감안해 셀러가 정한 리스팅 가격에 집이 팔리지 않을 경우 가격 인하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이같은 조건을 리스팅 계약서에 포함시켜 셀러 측에 사전에 인지시키도록 한다. 예를 들어 10명의 바이어에게 집을 보여준 뒤, 또는 집을 내놓은 지 10일 뒤에도 오퍼가 없다면 셀러가 가격 인하에 동의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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