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녀관계가 딸의 이성관계에 미치는 영향

2013-07-1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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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뉴욕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몇년 전, 식사를 하기 위해 가족들과 같이 한 식당의 로비에 앉아 대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어디에선가 아주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불쑥 나타나 식당의 코너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더니, 178cm, 8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나의 형부에게 곧장 다가와 웃으며 무언가 옹알거리 듯 말을 걸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나의 형부와 거의 비슷한 체격을 지닌 한 남자가 그 아이에게 다가오더니 아주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레이첼, 어디갔었니?”하고는 여전히 웃고있는 그 아이를 번쩍 들어안아 나의 형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식당 밖으로 사라졌다.


형부는 그 작은 아이의 용기에 조금은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어찌되었건 레이첼이라는 그 꼬마아이는 자기아빠와 비슷한 외형을 지닌 내 형부에대해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형부에게 마음이 끌렸다는 것은 분명했다. 여기서 내가 “끌렸다”라고 표현한 것은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그 아이는 서로 다른 키와 체형을 지닌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의 아빠와 가장 비슷했던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가? 유아기에는 누구나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여러 요인들을 통해 감각적인 경험을 하며우리 스스로의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형성하게 된다. 가령 레이첼이나 혹은 나 자신의 경우와 같이 매일 곁에 존재하는 사람이 큰 체구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라면, 당연스레 우리는 그러한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저 그럴싸하게 들리는 가정이 아니라, 유전심리학연구저널에 실린 부녀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들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이미 수차례 검증된 사실이다.

당신의 유아시절, 아버지 혹은 다른남성보호자가 당신곁에 있었다면 그 남자가 당신의 남자와의 인간관계에 있어서첫 모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델이 좋든 싫든, 어린아이들은 주변환경과는 관계없이 그들의 부모, 혹은 보호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게 되며 정상적인 경우 사랑과 애착을 돌려받고(돌려받지 못할 경우도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여지껏 자신의 아버지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배우자를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여성을 거의 만나본적이 없다. 여기에서 아버지의 성격이란 그 사람 자체의 성격도 물론 포함되나, 그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서 드러나는 성향 또한 의미한다.

아무리 그녀스스로는 자신의 아버지와 정반대인 사람을 골랐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와(직접적이지 않게라도) 맺어온 관계에 영향을 받아 사람을 택한 것과 다름없다. 아버지와 정반대로 선택한 것도 결국은 아버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사실을 토대로 과연 나는 식당에서 마주쳤던 레이첼이라는 꼬마아이가 오늘날 그녀를 뒤쫓아왔던 그녀의 아버지를 꼭 빼닮은 벌목꾼과 결혼하게 될 것 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레이첼이 여지껏, 그리고 앞으로 맺게 될 관계에 있어서 어린시절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와 맺었던 상호관계가 큰 영향을 줄 것 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은 의미가 존재한다. 앞으로 올라 올 포스트에서 나는 정확히 이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다룰 것이다. 즉, 우리가 유아시절 겪게 되는 애착 패턴이 우리가 현재 어떤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또 이러한 관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 지에 있어서 얼마나 다르게 영향을 주게 되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애착을 느끼지 못한 경우 또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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