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미국의 부자들(1)

2013-06-20 (목)
크게 작게

▶ 정연중

미국의 경제는 자유무역, 기술혁신이 뒷받침된 국내 산업이나 해외에서의 활발한 투자활동,낮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견실한 금융시장으로대표되는 고도의 자본주의 체제에 의한 것이며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는 국제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대공황에 비교될 만큼 큰 경제불황을 겪으며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으로서의 경쟁력 약화를 보이고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14조4,000억달러로, 시장 환율로 세계총생산(GWP)의 23%, 구매력 평가(PPP) 대비 세계 총생산의 약 21%를차지한다고 하니 대략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비율이 적어도 5분의1은 넘는다. 그리고 미국은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기도 하여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향하여 수출을 하고 있고, 대미수출의 성과에 따라 그 나라 경제가 좌우되는것이 사실이다. 또 누구나 알고 있듯이 코카콜라나 맥도널드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의 제품들이 세계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다.

이렇게 미국은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초강대국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강자인 미국의실제적인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정부나 대통령? 민주 공화의 양대 정당? 아니다. 록펠러를비롯한 재벌과 그 후예들이 ‘미국 경제의 지배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꽤 설득력이있어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에게는 있다고 한다. 그러면 누가 미국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재벌이나그 후예들일까?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Forbes)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재산을 많이 보유한 부자들의 명단을 발표하고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인 경제체제를 이룩하고 난 후의 역대 세계부자 200명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기준은 달러의 가치로 계산한 재산과 국가 총 생산량(GDP)대비 개인 재산의 비율을 따져서 발표한 것이니, 나름대로 획기적인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20위, 투자의 귀재인워런 버핏이 40위였다. 그렇다면 누가 인’ 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들은? 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가 1위,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2위, 윌리엄 헨리 밴더빌트(William Henry Vanderbilt)가 4위에, 그리고 그의 손자인 또 다른 벤더빌트가 10위에 속해 있다. 그래서 미국을 움직여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부자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이런 큰 힘을 갖게 되고 어떤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꽤 흥미 있는 일 같다.

우선 록펠러 가문보다는 일반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나 미국 최대의 부자가인 밴더빌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미 육군의 인적, 물적 수송과 관련된 이권으로 철도제국을 세운 코넬리우스 밴더빌트가 1877년에 사망했을때 그가 남긴 유산은 1억달러였다. 1880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국립은행의 총 예금액이 8억이 조금 넘었다고 하니이 사람 밴더빌트가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금액을 요즘 시가로 환산하면1,000억달러 이상이 된단다.

그러면 밴더빌트 왕국은 어떻게 세워졌을까? 이 집안의 내력은 참 보잘 것없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제독이 데리고들어온 노예 출신인데,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잘 살게 된 이후에 급히 지어낸 이름이 벤더빌트이다. 노예 계약에서 자유인이 된 코넬리우스벤더빌트의 증조할아버지는 뉴욕 인근의 섬,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지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를 이어 인근 부둣가에서 인부 노릇으로 끼니를 때우는 전형적인노동자 가정이었다. 그러나 술주정뱅이 부두 노동자의 아들인 코넬리우스는 유난히 총명하고뚝심이 강했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런 어느 날 그의 눈에 당시 맨해턴을 오가는 페리가 들어왔다. 열여섯 살의 소년에게 페리는 힘들게 매일 노를 저어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보였다. 그래서 술주정꾼 아버지 몰래 어머니를 졸라 조그만 보트를 사서 ‘정시 운항’을 원칙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그때 맨해턴을 오가는 조그만 보트들은 일정한 손님 숫자가 확보되어야만 운항을 했다. 물론 수지타산이 맞아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이지만, 승객 입장에서 보면 시간 약속을 제대로 할수 없었을 것이며 이런 승객들의 불만을 간파한 코넬리우스는 정시 운항의 서비스로 승부를걸었고 이 정시 운항 페리 서비스는 대성공을거두었다.

그는 뉴욕 뉴저지의 사이의 보트 운항권을독점하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열차사업에 큰돈을 투자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아들인 윌리엄은아버지로부터 1억달러의 상속을 받은지 불과 9년 만에 재산을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비결은아버지가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던 정시 운항을’문서화’하고 이를 모든 항만시설, 철도, 교량에사용하면서 사용권의 특허 권리금을 받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특허권이 되어 큰돈을 벌게 해 주었다니 돈복도 많은 사람이다.

아무튼, 현재 우리생활에서 규격화된 시간 테이블이 없는 열차시간표, 항공시간표, 심지어는학교 수업시간표 등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컨셉을 도입하여 더 엄청난 재벌이 되었다고 하니 아이디어가 돈 벌어 주는 건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가 보다. 다음 주에도다른 부자들 얘기를 해보려 한다.

(213)272-1234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