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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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고층 빌딩의 저주

2013-05-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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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부르즈 칼리파라는 한국의 삼성이 건축한서울 남산 높이의 3배, 높이 828m로 160층인세계 최고층 건물이 두바이에 있다. 삼성이 전자산업 뿐만 아니라 건설회사도 잘 운영 하고있어서 이런 세계적인 건물도 짓고 있는 것을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아무튼, 최근 몇 십년동안 초고속 발전을 해오고 있었던두바이는 페르시아만에 접해 있는 아랍에미레이트 연방(UAE)의 일곱 토후국중 하나이고 그중 가장 큰 중심 도시의 이름이다.

이곳은 바다에 접해 있으나 대부분의 지역이 사막이며 기후 역시 건조한 사막성 기후이다. 1830년에 마크토움 일가가 이끄는 바니 야스 부족이 이곳에 살기 시작한 것이 현대 두바이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 두바이는 융통성 있는 세금정책과 법적용으로 인해 주요 해상 무역 항구로써급성장 하였고 외국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정책과 분위기 때문인지 새로운 이주자들이유입되기 시작했으며 국제적인 무역 도시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바이가 속하여 있는 아랍에미리트 연방은 세계적으로 석유를 사우디아라비아 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3위의 석유 보유국이기도 하다.


유전이 발견되었을 당시부터 석유의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낼 머지않은 미래에 대비하여 석유 무역으로 창출된 수입으로 사회 기반 시설을 개발하기 시작 했으며, 매년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증가로 인해 앞으로 꾸준히 성장될 곳으로 보이는 국제 도시였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에 있어 석유 수출에서 발생한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물류의 중심, 나아가 비즈니스와관광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리고 2010년 이곳에 앞에서 말한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됐다. 하지만 완공 두 달 전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채무 상환유예를 선언하면서 고속 질주하던 두바이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막의 기적’이알고 보니 빚더미 위의 사상누각이었던 셈이다. 이 초고층 빌딩의 건설에 이어 몰락의 길로 들어선 두바이 경제를 보며 이런 재미있는 속설과 연결 지어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름하여 “마천루의 저주( SkyscraperCurse)"라는 것이다.

1930년대 초 미국 뉴욕에 100층이 넘는 크라이슬러 빌딩(1930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931년)이 차례로 완공됐다. 미국민 전체가 경제난으로 엄청 고생했다는 대공황 직전의 일이다. 그 뿐인가 1970년대 중반엔 뉴욕월드트레이드센터(417m)와 시카고 시어스타워(442m)가 건립됐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곧바로 오일쇼크가 터졌다.

1997년 말레이시아에선 한국의 어떤 건설사가 시공한 페트로나스 타워(451.9m)가 완공돼가장 높은 빌딩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바로동남아 외환위기가 터졌다. 이쯤 되면 마천루와 경제거품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게 아닌지의심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들을 보고 독일의 경제 분석가가 1999년 마천루의저주라는 가설을 발표한다.

마천루의 저주는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대만은 2004년508m짜리 타이베이101 빌딩이 들어선 뒤 주력인 정보기술 산업이 붕괴돼 극심한 경제침체에 빠졌었다. 그러므로 마천루의 저주는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를 연상 시킨다는 이들도 있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 때문에 세워지던바벨탑 때문에 신의 저주가 내려진 것처럼, 하늘높이 치솟은 마천루의 완공과 뒤이은 치명적인 불황 사이의 연관성이 어떤 이들에겐 더욱 그럴 뜻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마천루의 저주는 가설일 뿐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1890년 이후 지어진 14개 초고층 빌딩과 경기 사이클을 분석한결과 이 중 7개만 완공 시기에 불황이었을 뿐나머지는 완공 후에도 호황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천루가 곧 불황이라는 일관된 법칙은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초고층 빌딩 건설계획은 대개 호황기에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에는 경기과열이 극에 달해 거품이 꺼지면서불황을 맞는 경기 싸이클과 일치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 한국에선 호황기도 아닌데 롯데그룹이 123층과 107층등 2개를 짓고 있고다른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있거나지을 계획인 것이 12개나 된다고 한다. 전세계에 100층 이상의 건물이 10개도 안된다고 하는데, 참으로 멋있는 일이지만 놀라운 일이다.


마천루 속설이 가설일 뿐 이라고 생각 되지만왠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다. 사람들은 호황일 때보다도 불황일 때 주변의 작은 경제 현상에 민감해진다. 주위의 작은 변화가 그럴듯한 설명과 결부되면 진실인 양 믿게되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와 같은 경제 속설이 생명력을 갖는 이유이다. 물론 성형외과의 환자가 줄면 불황 신호이고, 신사복 판매가 늘면 회복신호로 볼 수 있다는 맞는 말들도 있다. 성형수술은 건강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비용이 많이들기 때문이고. 신사복은 기업의 고용이 늘어나 남성들이 옷을 사는 변화로 볼 수 있다. 여자들의 립스틱 지수나 맥도날드 판매지수처럼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경기신호가 될 수있듯이 맞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왼손잡이라고 왼손잡이는 모두 머리가 좋다고 믿는 것과 같은 오류도 있고 여기서 거론한 ‘초고층 빌딩 즉 마천루의 저주’의 속설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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