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정치의 특성

2013-03-26 (화)
크게 작게

▶ 이철우 / 한미공공정책 위원회장

지난해 10월초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주최한 정치자금모금 모임이 있었다. 당시 뉴욕 공화당 지도부는 한국 대선에서 안철수와 민주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루고 안철수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럴 경우 한미관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철수는 이들이 예측한 대로 충분히 판세를 뒤집을 만큼 강력한 대선후보였다. 그런데 안철수의 정책이 발표되면서 준비되지 못한 후보의 부족한 모습이 속속 드러났고, 그를 지지하던 진보진영 인사들이 많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딱히 기존의 후보들과 구분되는 정책 없이 그냥 모호한 중도적 정책들뿐이었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이끄는 정치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었더라면 안철수는 재단을 만들지 말고 그 돈으로 정당을 만들고 훌륭한 싱크탱크를 만들어서 자신의 정치적인 기반을 만들었어야 했다.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새누리당이라는 강력한 정당을 배경으로 가진 박근혜대통령도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오래도록 제대로 정부를 조직하지 못했는데,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는 국회의 협조를 받지 못해서 정부조직은커녕 국무위원 임명도 못하는 식물정부 상태에서 엄청난 국가적 위기를 맞았을 것이 뻔하다.


아무리 ‘진심’이 있다 해도 탁월한 경륜과 정치적인 세력기반이 없이는 그 뜻을 펼 수가 없는 것이 정치다. 미국의 민주, 공화 양대 정당은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경륜을 펴지만, 정권을 물려주고도 항상 싱크탱크로 세력을 유지하고 경륜을 닦아서 언제라도 정권이 바뀌면 공백 없이 집권이 가능하도록 준비가 되어있다.

정치는 대단히 실질적이면서도 세속적인 것이지 ‘진심’을 논하면서 공허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한국 국민들이 민주정치의 세속적인 속성을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