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독 도서관은 서울시 종로구 화동 2번지에 있다.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려서 풍문여고, 덕성여고를 지나 북쪽 작은 길로 10분쯤 올라가면 오른 쪽으로 정문이 나온다. 이곳이 화동언덕으로 1976년까지 경성제일고보, 경기중·고교가 있던 곳이다.
기록에 의하면 한글을 창조하신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 학자 성삼문이 살던 집터이기도 하고, 조선 말엽 갑신정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의 정치를 개혁하려던 김옥균, 서재필 같은 개혁파들이 살던 집터가 여기에 있었다.
1900년 고종황제의 명으로 최초의 관립교육기관이 세워진 이 자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당이다. 그리고 무서운 재건축 붐 속에서 아직도 그 옛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국립도서관의 한 분관으로 정독도서관이 되었다.
얼마 전 찾아가 보니 층층이 마련된 방에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고 아래층 문학관에는 시중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동양, 서양, 고대, 현대 귀한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족보실에는 돋보기를 쓰거나 손에 들고 책을 뒤적거리는 나이 드신 분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 정문을 나오니 이끼로 얼룩진 인왕산의 치마바위가 서쪽 시야에 들어온다. 화동언덕을 내려와 고궁의 담을 끼고 고개를 잠시 오르다 내려오니 새로 만든 민속박물관이 오른편에 보인다. 왼편에 있었던 수도육군병원은 없어지고 일제의 상징물인 돌담도 중앙청 건물도 헐리고 없다.
이제 한국의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며칠 안 남았다. 누구는 할머니의 산소자리가 명당이라서 손자 박정희 대통령이 나왔다고 말한다. 그 가문에서 또 대통령이, 그것도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풍수지리설로 화동언덕 또한 대단한 명당자리라고 들었다. 이 정독도서관에 와서 학문을 연마하는 젊은이 중에서 앞으로도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국내외 수많은 분들의 목숨과 피와 땀의 대가로 이룩한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의 젖줄인 한강의 기적을 이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