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량학살 왜 계속되나

2013-02-1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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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세기를 흔드는 대량 학살을 미국에서 경험하며 살고 있다. 9.11사태만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태를 겪을 때마다 좌절감으로 무척 고통을 받아왔다. 자녀들을 성장시킨 아버지로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일원으로서 모두가 느끼는 아픔이련만 더욱 괴로운 것은 정신분석을 전공한 정신과 전문의로서 통감하는 바가 있어서이다.

가장 근래 우리를 경악하게 한 코네티컷 뉴타운의 초등학교 아동 대량학살로 떨렸던 심정이 아직 그대로이다. 이 사건은 결코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몇 십년에 걸쳐 되풀이 되고 있는 미국 문화의 맹점, 그로 인한 인간 심리 퇴폐의 필연적 산물이다.

왜 이런 현상이 선진국과 미국에 두드러질까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첫째, 평등사상에 대한 오해이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권리가 평등하다는 사상이지 제도를 초월해 위아래 없이 너나 나나 동등하다는 뜻이 아니다. 마치 이것이 현대의 문화적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혼동하고 있다.


둘째, 자유사상의 남용이다. 이 나라에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오해이다.

셋째, 미국은 너무 법에만 의존하고 있다. 인간과 짐승을 구별할 수 있는 요소 중에서 엄숙한 사실은 추상 능력의 유무에 있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발달된 추상능력은 윤리도덕심, 양심, 수치심 등이다. 그러나 이것이 점점 동물적 본능에 밀려나고 있다.

넷째. 근래 미국사회에는 ‘콤파트먼탈리제이션(compartmentalization)‘이라는 병적 심리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것은 현상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각 현상들을 칸막이로 나눠 분리하는 행동을 말한다.

요즘은 한사람의 정신문제를 다루는데 한 의사는 약만 주고 또 한 치료자는 말로 하는 정신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물론 한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적이다.

인간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있고 그것이 인간의 모든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고장 난 자동차처럼 다룰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콤파트먼탈리제이션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늘 미봉책을 쓴다.

대량학살을 유발할 수 있는 총기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연방정부에서는 드디어 예방을 위한 법조치가 발표되었다. 우려했던 대로 근시안적이며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골자는 군사공격용 무기의 판매금지와 정신병 치료에 예산을 많이 배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총기나 인간의 한쪽만이 문제가 아니고 양쪽이 다 문제가 된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인 통제에 불과하다. 정신병이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상태가 살인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총기통제나 정신병에 신경을 쓰는 정책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마음의 퇴폐에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간 도덕성의 부활과 활성화를 위한 대중교육이 곡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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