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그레잇넥 사우스 고교 12학년인 크리스 구(17·한국명 현모)군은 롱아일랜드 레슬링 챔피언이다.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12일 열린 낫소카운티 고교 레슬링 챔피언십 대회에서 152파운드급에 출전해 영예의 우승<본보 2월14일자 A2>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4명을 잇따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해 결승전 초반 상대에게 연속으로 점수를 뺏기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근성 있는 플레이로 결국 최종 스코어 6대5의 짜릿한 승리를 차지한 것.
특히 이번 우승은 낫소카운티 대회가 열리기 시작한 1958년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 학생으로는 처음이라 더욱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또 이번 우승으로 현재 재학 중인 그레잇넥 사우스 고교 역사상 네 번째로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는 주인공도 됐다.
물론 이 같은 영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레슬링을 시작한 지난 6년간 단 하루도 연습에 빠지지 않는 노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다. 레슬링팀 코치조차 ‘이런 연습벌레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9학년 때 출전한 첫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해 남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좌절하기도 했으나 이를 계기로 오히려 각오를 다지고 그후로도 꾸준히 연습에 매진해 10학년 때에는 5위로, 11학년 때에는 3위로 기력이 향상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 같은 실력을 발판으로 10학년 때부터 3년 연속 교내 레슬링팀 캡틴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역대 전적 100승 12패의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에만 23승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각종 대회를 휩쓸며 획득한 트로피와 상장만도 수십여 개에 이른다.
이달 22~23일에는 뉴욕주 16개 카운티 챔피언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뉴욕주 레슬링 챔피언 대회를 앞두고 있고 올해 4월에는 버지니아에서 열리는 전국 레슬링 고교 대회에 출전해 전미 고교 레슬링 챔피언에도 도전한다.
이미 전국대회에 두 차례 출전해 5위와 6위이라는 성적을 거둬 레슬링 선수로는 최고의 영예인 ‘올 아메리칸(ALL-AMERICAN)’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고교 마지막 무대를 전미 챔피언으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무엇보다 이처럼 레슬링 선수로 대성할 수 있었던 발판은 부모의 크나큰 뒷바라지 덕분이다.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YMCA를 찾아 수영, 검도, 유도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해봤지만 레슬링만큼 매력적인 스포츠가 없다고 생각해 부모를 설득했고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부모도 처음에는 배고프고 돈 안 되는 레슬링을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시킨 덕분에 좋은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기뻐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 조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레슬링에서 한인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레슬링이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란다.
레슬링을 통해 내적,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믿는 구군은 뉴욕에서 출생한 2세로 우드사이드에서 세탁업을 운영하는 구석본·구헬렌씨 부부의 1남1녀 중 막내다.
<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