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백 카리스마 렌즈에 담아”
2013-01-30 (수)
김포화백의 환한 미소가 담긴 김진홍 작가의 작품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한국의 추상회화 1세대 작가 김포(95·한국명 김보현) 화백은 사진을 잘 찍지 않을뿐더러 어렵사리 렌즈 앞에 서더라도 미소나 웃음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실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일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김진홍(56·사진)씨는 갖은 노력 끝에 아흔이 넘은 노화백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얼마 후 사람들에게 작품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김포 화백 본인은 그 작품을 싫어했지만 사진만큼은 나를 믿어달라고 설득했다”며 “이후 사람들로부터 작품사진이 좋다는 말을 들은 김포 화백도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올해 5월 김포 화백과 얼마 전 작고한 그의 부인 실비아의 얼굴을 담은 사진 30여점을 모아 작품 전시회를 연다. 유명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고 김포 화백을 따르던 제자들도 벌써부터 발을 벗고 전시회 준비를 돕고 있다.
김씨는 “(김포 화백이) 예술가로서 가졌던 강함과 그 내면의 부드러움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시회의 목적”이라며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까지도 담아내 감동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 사진세계에 입문한 김씨는 제주도와 낙도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1983년 도미 후에는 테네시 멤피스의 흑인 거주지 등을 돌아다니며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 찍기에 주력해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뉴저지 포트리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지금은 일반인들의 돌 사진과 결혼사진도 찍고 있지만 늘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른다”며 수줍게 웃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