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남미 국가가운데 하나인 벨리즈(Belize)를 단기선교로 3번 다녀왔다. 인구 30만에 경상북도 크기의 나라로 국민소득이 2천 달러에 못 미치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다.
실업률은 35%에 이르고 1년 12달이 찌는 여름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이 나라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다. 때문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의사소통이 쉬어 전도가 편리하다.
20년 전 첫 번째 방문했을 때 우리 선교 팀은 50대쯤 된 혼자 사는 한 여성도 집에 초청을 받아 악어고기 요리를 대접받은 적이 있다. 그의 집은 큰 도로에서 차에서 내려 약 20분쯤 걸어서 산골짜기 언덕에 있는 오두막이었다. 빗물을 받아 식수를 하고 화장실 시설이 없는 그런 집이었다.
나는 음식을 먹는 동안 내내 이런 자문을 던졌다. “이런 곳에서 사는 이 여자 성도님은 행복할까?” 저녁 6시에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물론 이 여성도님도 참석했다. 냉방시설이 없기 때문에 해가 진후에 예배를 드린다. 예배는 흑인 특유의 찬양으로 시작해서 찬양으로 3시간 만에 끝났다. 성경봉독도 없고 설교도 없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지만 그분들은 정말 행복하게 보였다.
나는 예배가 끝난 후 그 여 성도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 때문에 늘 행복합니다.” 나는 또 자문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여성도처럼 행복하지 못 할까?” 10년 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여성도님은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지난 19일 미국 갤럽이 2011년에 조사한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범죄율이 높은 중남미 나라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148개국에서 1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파나마와 파라과이가 85%가 행복하다는 답을 하여 공동 1위를 한 것이다. 엘살바도르와 베네수엘라가 84%로 공동 3위, 트리니다드가 태국과 함께 83%로 5위를 했다.
10위권에 든 나라는 아시아에서 태국과 필리핀(82%)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남미가 차지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중국과 함께 공동 33위, 한국은 몽골 카자흐스탄 체코와 함께 공동 97위다.
행복지수를 논할 때 객관적인 지표로 국민소득, 수명, 대학 진학률, 실업률, 복지혜택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객관적인 지표가 개인만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지표와 병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사용한 질문은 이러했다. “오늘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남으로부터 존중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생각하는지”.
왜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행복을 덜 느낄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 맞는 말이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허종욱 한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