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문학상 우수상 등 글짓기대회 섭렵
대상 수상후 이웃학교서 에세이 쓰는 법 강의
"한국어 실력 뛰어난 형이 롤모델이자 경쟁자"
‘우리 엄마는 샤핑을 할 때나 주문을 할 때, 무엇을 물어 볼 때 제대로 된 영어가 아닌 문장 나열식으로 대화를 하시며 무지막지한 콩글리쉬를 씁니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는 저는 창피해서 딴청을 피워보지만 빨개진 얼굴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중략)’ -엄마의 바디랭귀지 중에서-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제13회 재외동포문학상’에서 초등부문 우수상을 차지한 이 수필은 박관호(사진·14·웨체스터카운티 로버트 이벨 중학교 8학년) 군의 솔직한 표현이 아우러져 어른 못지않은 글 솜씨가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 때 부족한 영어 때문에 부끄러웠던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된 과정을 맛깔스럽게 담아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군의 글짓기 분야 수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가주협의회 글짓기 대회와 학군에서 주관한 영 라이터 컨테스트(Young Writer Contest)의 수상 경력을 비롯해 각종 수필, 시, 독서 관련 상을 휩쓸었다. 특히 학군 대회 수상 후에는 ‘에세이는 이렇게 써야 한다’를 주제로 이웃학교까지 찾아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박군은 2년 연속 라이언스클럽 세계 평화포스터 대회와 세계 미술대전에서 상을 받았고, 한미청소년 미술대전에서도 특상을 받는 등 전체적으로 예술분야에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글과 영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박군의 작품은 하나 같이 군더더기가 없고, 또 읽기 편한 소재를 이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거창하지 않아도 글이 주는 강렬함과 감동은 분명 다른 학생들의 작품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엄마의 바디랭귀지’에서도 그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에서도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고, 감성을 자극하는 힘을 지녔다.
박군은 “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옮겨 적은 게 대부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는 선생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결은 뭘까. 이 같은 질문에 박군은 다섯 가지의 핵심 비법을 소개했다. 그 비법은 ▶평범한 5개의 글보단 우수한 1개가 낫다 ▶꾸미지 않은 솔직한 글을 쓸 것 ▶어른들처럼 쓰려고 하지 말고 본인 나이에 맞는 글을 쓰라 ▶많은 경험을 하라 ▶작은 것도 쉽게 지나치지 말라는 것 등이다.
특히 첫 번째 비법인 ‘평범한 5개의 글보단 우수한 1개가 낫다’는 말은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생각나는 소재를 이용해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쓸 게 아니라, 집중해서 1개의 우수한 작품을 내라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또 ‘많은 경험을 하라’는 비결을 소개할 땐 자신의 글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나온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훗날 책을 쓰는 멋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박군은 자신의 형 호준(16·호레스 그릴리 고교 11학년)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형은 현재 학교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리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맡을 정도로 진취적이고 활발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형도 한글을 깨우치기 전에 미국에 왔지만 각종 글짓기(한글) 대회 수상을 비롯해 번역대회와 말하기 대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형은 한국어 SAT 만점을 받았고, 한국어도 최고 등급인 6급을 받았어요. 제 현재 한국어 능력은 4급이지만 언젠가 형을 꼭 따라 잡아야죠.”박군 형제의 엄마 김금희씨는 이들 형제의 선의의 경쟁이 이처럼 흥미로운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에선 무조건 한국어를 사용했던 게 아이들의 글짓기 실력 등을 발전시켰던 것 같다”며 “한국적 문화와 사고방식 속에서 반듯하게 자라고 또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호준이와 관호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