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굳이 스타벅스 상표가 아닌 커피래도 그 맛이 더욱 깊이 있게 살아날 것 같다. 바다와 섬, 하늘을 찌를 듯 꼿꼿하게 치솟은 나무들이 이룬 거대한 숲, 그리고 적당한 바람과 비가 만들어 내는 색다른 느낌은 이방인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선사한다. LA에서 항공편으로 두 시간 조금 넘게 떨어진 워싱턴주 시애틀. 보잉과 마이크로 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위치해 세계 각지에서 비즈니스맨들이 바쁘게 오가는 곳이기도 한 시애틀과 주변 국립공원들의 멋을 찾아보자.
주변에 레이니어마운틴·올림픽 공원 등 내셔널 팍
엄청난 강우량에 신비한 모습, 9월까지 여행 적기
■ 국립공원
시애틀을 중심으로 곳곳에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워싱턴 주를 대표하면서 시애틀과 가까운 국립공원 두 곳을 골라 소개한다. 이 국립공원들은 5월 이후부터 9월까지가 비교적 여행하기에 적당한 시즌이다. 고지대여서 눈이 빨리 내리고, 늦게 녹기 때문에 도로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또 산길 운전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속도 제한을 지키는 여유가 중요하다.
1. 마운틴 레이니어(Mt. Rainier)
시애틀에서 2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당일 투어가 가능하다.
5번 또는 405번 프리웨이 남쪽으로 가다 161번, 그리고 다시 706번으로 갈아타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파라다이스로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이 길을 파라다이스 로드라고도 한다.
일단 공원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왕복 1차선 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길 양쪽에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삼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도로 폭 만큼만 열어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중간에 국립공원 입구(입장료 15달러) 바로 앞에 작은 편의점과 숙박시설이 있는 ‘게이트웨이 인’을 만나는데 주인이 한인이다.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이곳에는 한인 직원들이 있어 편리하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나면 꼬불꼬불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환경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 쯤 방문자 센터 주차장이 나타난다. 해발 5,000피트가 훨씬 넘는 곳에 위치한 이곳에는 다양한 루트의 트레일들이 있으며, 난이도와 거리가 다양해 가장 쉬운 곳은 노인들은 물론 유모차까지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왔다면 조금만 수고하면 마운틴 레이니어의 거대한 빙하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정상 방향으로 연결되는 트레일 코스를 타고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주변 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다.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경사여서 어린이들도 쉽게 갈 수 있으며, 6,500피트 정도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올라가는 길은 보라색과 노랑색 등 이름 모를 키 작은 야생화들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사슴 등 야생동물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간에 눈길을 가로지르는 것도 재밌다.
1만4,400피트(정확히는 1,4409피트)가 넘는 정상의 모습은 수시로 바뀌는 구름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지만, 간간이 약을 올리듯, 아니면 수줍은 듯 엄청난 눈을 뒤집어 쓴 모습이 드러날 때면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웅장하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보이면서 빙하의 끝자락에 올라 대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대충 일반인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빙하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팁: 기왕에 파라다이스를 구경했다면 마운틴 레이니어를 한 바퀴 돌아 시애틀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파라다이스 로드를 타고 내려오면 스티븐슨 로드를 만나게 되며, 이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가면 123번 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을 가다보면 선라이즈로 들어갈 수 있는데, 해발 6,000피트가 넘는 곳으로 마운틴 레이니어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점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있다면 이곳은 그냥 지나치고, 123번에서 410번 북쪽으로 차를 몰면 크리스털 마운틴 리조트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일정이다.
겨울철 스키장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상당히 높은 곳까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곤돌라(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가 있는데, 가파른 산을 올라갈 때는 약간 어질어질 하지만 정상에 서면 광활한 국립공원은 물론, 마운틴 레이니어 정상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구름이 없을 때의 얘기다.410번은 레이니어 산을 왼쪽으로 감으며 도는 도로로 타코마 시와 인접한 지역으로 연결돼 시애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2. 올림픽 국립공원
시애틀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볼 때 북서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설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삼나무 숲은 기본이고,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레인 포레스트(rain forest),즉 우림 지역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0년은 족히 넘은 거목들의 본체와 가지에 치렁치렁 매달려 있는 이끼들이 때론 음산하면서도, 햇살을 받으면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는 레인 포레스트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엄청난 강우량 덕택이다.
시애틀의 날씨가 쾌청해도 이곳에 들어서면 가랑비가 흩날릴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데, 연평균 150인치의 비가 내린다. 여기에서 비옥한 토질이 더해져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여행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우림지역이고, 또다른 하나는 웅장한 국립공원을 살피는 것인데, 우림 지역은 인디언 언어를 따서 만든 호(Hoh) 레인 포레스트와 퀸널트(Quinault) 레인 포레스트가 있다. 또 웅장한 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101번 도로 선상에 위치한 작은 도시 포트 엔젤레스에서 허리케인 릿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팁: 시애틀 다운타운에 숙소가 있다고 가정할 때 올림픽 국립공원 가는 재미를 더하는 것이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해 갈 경우 남쪽으로 해서 한참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에게는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레인 포레스트나 허리케인 릿지로 가려면 어디서 출발을 하든 101번을 타야 하는데, 시애틀 주변에는 페리 선착장들이 있어 이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평일 아침에 일찍 탈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적다.
페리 구간은 에드먼즈- 킹스턴, 시애틀- 배인브릿지 아일랜드, 시애틀- 브리머턴 등 여러 코스가 있어 숙소의 위치에 따라 정하면 된다.
탑승방법은 차를 타고 선착장 입구에 도착하면 탑승료를 낸 뒤 지시에 따라 정해진 라인에 차를 대고 기다린다. 그리고 안내원들의 지시에 따라 차를 움직여 배안으로 들어가 주차하면 되며, 차문을 잠그고 객실이나 갑판에서 시간을 보내다 도착할 때 쯤 다시 차로 돌아와 다시 지시에 따라 차를 몰고 나가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처음 탑승권을 구입할 때 왕복 티켓을 사는 것이 좋은 만큼, 꼭 라운드 트립임을 애기하도록 한다.
<글·사진 황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