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프 스프링스 (Hope Springs ) ★★★½(5개 만점)
아놀드(왼쪽)와 케이가 펠드 박사와 상담하고 있다.
결혼한 지 32년 된 부부
속 이야기 유머러스 터치
결혼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서로 대화도 없고 섹스도 안하는 부부의 처지와 문제를 지적이요 우습고 또 감정적으로 다룬 고급 코미디 드라마로 부부로 나오는 메릴 스트립과 타미 리 존스의 콤비와 연기가 일품이다. 두 사람 또래의 관객들이 공감하면서 즐겁게 보고 또 자신들의 관계도 재고해 볼 수 있는 상쾌한 작품이다.
중년 부부의 섹스문제를 밀접하게 근접해 노골적으로 다뤘지만 저속하거나 상스럽지 않게 솔직하니 얘기하고 있다. 무대극을 닮아 약간 단조롭기는 하나 부부생활의 안락과 도전과 불만 등을 현명하게 파악해 다룬 내용과 프로들의 연기 그리고 보조가 잘 맞는 속도와 솜씨 있는 연출 및 촬영 등이 모두 좋은 영화로 드라마와 코미디를 잘 조화시켰다.
결혼생활 32년의 아놀드(존스)와 케이(스트립)는 둘 다 직장인으로 장성한 자식들 다 내 보내고 둘이 사는데 대화는 부족하고 섹스는 없는 생활을 한다. 아침이 되면 아놀드는 케이가 해준 조반을 신문을 보며 먹은 뒤 케이의 볼에 형식적 키스를 하고 출근한다.
아놀드는 퇴근하면 저녁 먹고 의자에 앉아 골프 채널을 보다 잠이 들면 케이가 TV를 끄는데 허구한 날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살다 보니 케이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그런데 무뚝뚝한 아놀드는 그런 생활을 아주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놀드가 케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둘이는 서로 다른 방 쓰기가 벌써 몇 년째. 어느 날 남편과 자고파 몸살이 난 케이가 아놀드 방에 들어갔다가 퇴짜를 맞은 뒤로 케이는 중대 결심을 한다. 메인주의 해안 도시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그레이트 호프 스프링스에 있는 유명한 부부관계 문제 전문가 펠드 박사(스티브 카렐)를 찾아가 1주간 상담을 받기로 한 것.
마지못해 케이와 동행한 아놀드는 섹스와 오르가즘을 비롯해 부부 간의 매우 은밀한 문제를 샅샅이 묻는 펠드에게 비협조적이요 적대적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이 건 순 돈 낭비라고 투덜댄다. 반면 케이는 펠드의 질문이 부끄럽고 당황스럽긴 하나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아주 협조적이다.
펠드는 두 사람에게 관계회복을 위한 처방으로 오늘은 먼저 서로 끌어안고 자 보라고 주문을 하고 또 다음 날에는 틴에이저들처럼 극장에서 오럴섹스를 해보라고 처방한다. 케이가 이 지시대로 극장에서 아놀드를 상대로 오럴섹스를 시도하는 장면이 배꼽 빠지게끔 우습다.
마침내 펠드의 자문이 약효를 발휘해 아놀드와 케이는 호텔 방에서 샴페인을 마시면서 뜨겁게 포옹을 하는데 잘 나가다 아놀드가 또 삼천포로 빠진다. 둘은 귀가해 다시 각자가 자기들 방으로 돌아가는데 과연 아놀드와 케이는 어떻게 될까요?
중년 부부의 성적 기호와 육체관계에 대한 주저 그리고 성욕의 감퇴 등 매우 민감한 소재를 유머를 섞어 사려 있게 다루어 호감이 가고 정이 간다. 데이빗 프랭켈 감독. R.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