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 문제로 한국교계 갈등
2012-08-01 (수) 12:00:00
한국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이하 한기총)’가 ‘교회 세습’은 잘못된 용어라며 지난 달 19일 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홍정길 목사·이하 기윤실)을 지목해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기윤실이 이를 재반박하는 등 한국 교계가 ‘개혁’이라는 숙제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기총은 성명서에서 “교회의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 할지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습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못하다”며 “이것은 인본주의적인 사고로 하나님의 교회를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기총은 “청빙된 교회의 후임으로 가는 일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부르심과 본인의 소명에 있을 뿐 어떤 부나 명예도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후임으로 가야할 교회의 규모나 지역, 역사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윤실은 24일 한기총 성명을 반박하는 발표문에서 “시골 교회를 이어받는 아들 목회자를 세습이라 비난하는 게 아니다”라며 “한기총이 밝혔듯 목회자는 10만명인데 교회 수는 5만5,000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목회 세습을 자발적으로 삼가야 한국교회를 세속화로부터 살린다”고 주장했다. 담임 목사직 세습은 개교회주의, 목회자 권위주의, 교회 성장주의 등이 빚어낸 총체적인 결과라는 것. 이와 더불어 기윤실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대형교회에서 담임목사직 세습이 일어난다면 여러 기독시민단체와 연대해 계속해 문제를 제기할 것임을 천명했다.
기윤실은 이에 앞서 한기총이 금권선거, 이단영입 등의 혐의로 비난을 받자 ‘한기총 개혁(해체)을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한기총의 기윤실을 겨냥한 성명서 발표는 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워싱턴 기윤실 고문 배현찬 목사(주예수교회)는 한국 기윤실의 성명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동일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 목사는 “중세교회의 타락이 직분제도의 타락에서 비롯된 것을 볼 때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대형교회의 담임 목사 세습은 공집단인 교회를 사집단화 시키는 위험한 행태”라며 “교인들의 신앙에 막대한 폐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대형교회 세습 문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교회(예장 합동)의 김창인 원로목사(95)가 지난 6월 ‘회개’ 성명서를 발표해 다시 불거졌다. 김 목사는 소위 ‘한국 대형교회 부자 세습의 원조’로 불려온 목사로 1987년 34년의 목회를 마무리 했으나 아들 김성관 목사를 늦게 신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킨 뒤 1997년 충현교회 담임 목사로 내세웠고 이후 여러 대형교회에서도 부자 세습이 이어져 충현교회(사진)는 ‘세습 1호’라는 평판을 얻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