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락 오브 에이지즈 (Rock of Ages) ★★★(5개 만점)
▶ 드럭과 술에 취한듯한 화면… 탐 크루즈 열창 지켜볼만
버본룸의 주인 데니스(알렉 볼드윈·왼쪽)가 수퍼스타 가수 스테이시(탐 크루즈)에게“잘 좀 봐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80년대 절정을 이룬 헤비메탈 락의 세계를 풍자한 락과 드럭과 섹스가 난장판을 이루는 락 뮤지컬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원작이다. 원색의 네온 빛이 어지럽게 춤을 추는 화면이 야하고 카메라가 드럭과 술에 취한 듯이 갈지자로 비틀대는데다가 락 뮤직의 고막을 찢어 놓는 소리가 시끄러워 보는 사람의 정신을 홀딱 빼앗아 놓는데 이렇게 겉으로는 과다하게 화려한 반면 이야기나 인물개발은 1차원적으로 아주 약해 재미는 있지만 보자마자 잊어버리게 된다.
이 영화에서 하나 볼 만한 것은 아직도 인기는 있지만 과거의 명성에 사는 가수 스테이시 잭스로 나오는 탐 크루즈의 모습과 연기. 염색한 금발 장발에 문신과 아이섀도와 립스틱 그리고 매니큐어를 한 크루즈가 웃통을 벗어 제치고 무대 위를 질주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제 목소리로 열창을 하는 장면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장관이다.
크루즈는 영화에서 본 조비의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데프 레파즈의 ‘퍼 섬 슈가 온 미’ 등 몇 곡을 가슴이 터져 나갈듯이 악을 써가면서 부르는데 발성연습을 하루에 5~7시간씩 했다고 한다. 가죽바지와 사타구니에 정조대 같은 것을 차고 이마를 밴대나로 감은 그가 털 코트를 걸치고 어기적거리면서 걷는 모습과 수퍼스타인 자기를 조롱하는 듯한 표정과 어투의 연기 하나만 봐도 본전 생각은 안 날 영화다. 앙상블 캐스트의 인물들이 모두 깊이 없이 묘사된데 비하면 크루즈는 체감을 느끼도록 살아 있다.
1987년. 오클라호마에서 가수의 꿈을 품고 LA의 선셋 거리에 도착한 셰리(줄리앤 하우)는 유명 락클럽 버본 룸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역시 가수 지망생인 드루(디에고 보네타)의 도움으로 클럽의 웨이트리스로 취직한다. 둘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사랑도 다른 것들처럼 우여곡절이 많다.
아직도 손님은 많지만 장사가 잘 안 되는 클럽은 세상풍파 다 겪은 주인 데니스(알렉 볼드윈)와 그의 오른 팔인 로니(러셀 브랜드)에 의해 운영된다. 그런데 초보수파인 시장의 부인 패트리샤(캐서린 제이타-존스)는 이 클럽을 폐쇄하기 위해 교회 아주머니들을 동원, 클럽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세금을 못내 곤경에 처한 클럽의 구세주로 등장하는 것이 과거의 영광과 꿈 그리고 그루피들의 섹스 제공과 술과 드럭으로 사는 락밴드 ‘아스날’의 가수인 수퍼스타 스테이시. 스테이시는 자기 은인인 데니스를 위해 클럽에서 무보수로 하루 출연한다.
술에 취한 스테이시가 자기와 동행하는 그루피에 둘러싸여 교활한 매니저 폴(폴 지아매티)과 자신의 애완동물로 바텐더 노릇도 하는 원숭이 ‘헤이 맨’을 데리고 클럽에 도착하자 팬들과 교회 아주머니들이 서로 아우성을 치면서 선셋 거리는 아비규환이 된다. 그런데 패트리샤의 진짜 목표는 스테이시로 과거 패트리샤가 대학생 때 스테이시와 섹스를 한 뒤로 그로부터 다시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이 한이 됐기 때문이다.
한편 폴은 롤링스톤의 섹시한 여기자 콘스탠스(말린 애커만)와 스테이시의 인터뷰를 주선하는데 대재난으로 끝나는 이 인터뷰 장면이 요절복통하게끔 우습다. 제이타-존tm와 볼드윈과 브랜드 등 배우들이 모두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볼만하다. 드루와 헤어진 뒤 상심해 버본 룸을 그만 둔 셰리를 받아들이는 스트립 클럽의 주인으로 나오는 가수 메리 J. 블라이지의 연기와 노래가 모두 품위 있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만든 애담 섕크만 감독. 상소리와 노골적인 섹스 동작들이 있는데도 PG-13. WB.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